▲조희연 교수.
권우성
- 진보대연합 움직임이 한창이다. 어떤 입장인가."일단, 민주화 시대의 진보로는 포스트민주화 시대의 신보수를 절대로 못 이긴다고 본다. 사기일지라도 보수는 '뉴라이트'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보수의 정치가 바뀐 지점이 있는 것이다. 노무현정부도 못한 등록금후불제, SSM(기업형 슈퍼마켓) 진입규제 이런 걸 CEO형 신보수는 한다. 훨씬 더 탄력적이다. 진보도 시대전환을 읽어야 한다. 포스트민주화 시대의 대안정당, 대안정치가 필요하다."
- 대안정당과 대안정치는 어떻게 구성돼야 한다고 보나. "결국 생태복지국가시대라고 본다.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낼 수 있는 주체를 가시화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있다. 문제는 정치병목이다. 생태복지국가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이를 실행에 옮길 정치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그 정치세력이 가시화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화 시대의 핵심적 주체는 민주당이었다. 민주당은 반독재 중도개혁정당이었다. 반독재의 기억이 선명할 때는 민주당이 대중적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퇴색했다."
-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지난 10년간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담론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진보좌파로부터 공격도 많이 당했다."민주정부 10년간 대중은 신자유주의적 패러다임의 자기개발 주체가 됐다. 스펙을 쌓고, 취직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해야 했다. 개인별로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썼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봐야 좌절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 젊은 세대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신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의 천박함이 드러나면서 대중으로부터 새로운 저항성과 비판성이 나타났다. 분노와 좌절에 기초한 것이다. 결국 이를 정치적 의지로 결집해내야 하는데, 그 몫은 대안정당의 몫이다. 그런데 대중은 민주당이 그 몫을 제대로 해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사실상 대안정치세력의 공백이 빚어진 상황이다. 이 지점에서 중도개혁정당(민주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의 자기혁신, 진보정당(민노당, 진보신당)의 대중적 통합과 약진이 필요하다."
- 현실적으로 진보정당의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나."민주화시대의 진보정당은 대중정당이기보다는 그 존재 자체가 의미를 갖는 소수정당이었다. 그러나 포스트민주화시대에는 진보정당이 대중정당으로 성장해야 한다. 대중적 영향력도 생겨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통합도 진행해야 한다. 여기에는 새로운 정치적 요소도 결합해야 한다고 본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시민사회 진보파, 촛불 세력, 노동좌파 등 비민주당 진보진영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진보대연합정당'을 만들면 국민적 지지율은 15%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흡수하지 못하는 대중은 이쪽으로 대거 이동할 것이다."
"향후 10년간 연합정치는 지속될 것"- 민노당은 2011년까지 진보신당과 통합하겠다고 했지만 진보신당은 통합의 가능성은 없다고 말한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설 경우, 양자 간 통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나."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진보진영 내부에서는 급속도로 진보연합정당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 상당한 물밑접촉이 이뤄지고 있다. 6.2 지방선거 이후 진보신당에서도 통합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진보정당 통합에 매우 적극적이다. 내년 7월 복수노조가 전면화되면 조합운동의 분열로 나타나기 때문에 절박하다. 진보대연합정당을 위한 노동자 10만, 지식인 1만 서명운동을 해야 할 판이다. 지식인뿐 아니라 문화계, 법조계 등도 진보연합정당을 강제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 이른바 '진보의 순혈주의'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높은 기준을 설정해놓고 초반부터 안 된다고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선거는 이미 설계된 선택이다. 100에 도달한 진보연합정당이건, 30에 도달한 진보연합정당이건 대중은 결과로서 주어진 '설계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진보연합정당을 하자는 건 단순 통합만 하자는 게 아니라 대안적 진보정당으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다만, 중도정당의 혁신과 진보정당의 대중적 변신이라는 것은 어차피 주체의 한계가 있다. 기대만큼 잘 안 되기 때문에 선거연합을 통해서 서로 보충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래서 연합정치는 향후 10년간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한국정치에서 선거연합 국면은 상당히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선거연합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나."지난 지방선거 때도 불완전한 선거연합을 했다. 이것 역시 위기의식의 발로였다. 위기가 심화되면 타율적으로 연합정치는 강제될 수밖에 없다. 이번 전당대회가 끝나면 민주당은 자기변신을 위해서라도 통합을 화두로 들고 나올 것이다. 따라서 다음 총선에서도 '5+4회의' 같은 형식의 선거연합은 성사될 것으로 본다. 대선은 어차피 '완전개방형 국민경선(오픈 프라이머리)'가 될 수밖에 없다. 아니면 보수가 재집권하거나.
총선은 이해가 첨예하다. 따라서 민주당이 선거연합을 하려면 통 큰 양보를 해야 한다. 소수정당의 교두보 전략, 약진의 기회를 민주당이 줘야 한다. 한나라당이 압승하는 것보다는 민주당이 일부를 양보해서 진보의 교두보를 만들어주는 게 훨씬 전략적이라는 게다. 그런 태도를 보여야 국민들의 강렬한 증오를 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진보정당들은 민주당을 향해 신자유주의 정당이라고 비판한다."의제에서 급진화 전략이 필요하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건강보험 하나로. 기존 민주화 시대의 프레임을 넘는 자기급진화가 민주당에 필요하다. 교육문제에 있어서도 민주당이 국공립대 통폐합까지 가야 한다고 본다. 진보교육감들이 전국에서 초중등교육 개혁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대학개혁 없이는 결과적으로 참혹한 입시경쟁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결국 대학입시체제를 바꿔야 한다.
오히려 보수는 역설적으로 탄력적이다. 서민금융 햇살론이나 미소금융을 보라. 이게 원래 박원순 변호사가 내세웠던 사업인데, 이명박 정부가 해버렸다. 그런 면에서 중도정당인 민주당이 훨씬 지체돼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발본적 자기전환을 하지 않는 한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