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구호단체인 JTS(Join Together Society)에서 기부와 나눔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 김여진씨가 "하루에 1달러 미만으로 사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시작하게 되었다"며 활동 동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성호
- JTS는 긴급구호단체인데, 주로 어떤 활동을 했나.
"하루에 1달러 미만으로 사는 아시아 어린이들을 위한 모금캠페인을 진행했다. 거리모금 총책임자인데, 매년 5월과 12월 명동에서 캠페인을 하고 있다.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달라'는 캠페인인데, 젖병 모양의 저금통을 모아 분유 보내기 캠페인도 한다.
지금 북한에는 절실한 도움이 필요하다. 올해 홍수피해가 컸고, 배급도 끊긴 상태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배급이 끊겼으니 이건 죽으라는 얘기다. 2008년 아사자가 20만~30만이었는데 올해는 100만~300만 단위로 넘어갈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대북제재로 식량지원이 원활하게 안 되니까."
- 인도적 대북지원활동에 적극적인 것 같은데 에피소드는 없었나."2008년 MBC 드라마 <이산>을 할 때였는데, 함께 촬영했던 배우들과 함께 캠페인에 나가자고 해서 모두 나왔었다. 그때 명동에서 모금함을 들고 다니면 사람들이 한지민씨는 다 알아보고 금세 모금함이 꽉꽉 차는데, 나는 아닌 것이다. (웃음)
그러니까 이게 딱 하기 싫어지더라. 비교되는 게 싫고, 그러니까 캠페인에 열중한다기보다는 자꾸 내 모금통에 돈이 얼마나 모였나 신경 쓰게 됐다. 그러니 목소리는 작게 나오고, 돈을 주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보다는 오로지 내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그것만 신경쓰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때 딱 목이 매었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진심을 담아 외치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더 커졌다. 배고픈 사람은 먹어야 합니다! 아픈 사람은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어린 아이들은 제때 배워야 합니다! 이 구호가 가슴을 쳤다.
종교와 이념 그 어떤 갈등을 뛰어넘어 절대적으로 반드시 해결돼야 하는 게 있는데 그건 바로 인권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 다음에 민주주의도 있을 수 있다. 굶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밥은 먹어야 한다. 거기서 출발한 게 북한 어린이 돕기 운동인데, 정치적인 것으로 휘말리기도 했다."
- 유독 북한 어린이 돕기 운동을 하는 까닭이 뭔가."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굶어죽는 사람이 있는 나라는 북한뿐이다. 발육이 부진하고 저체중 때문에 아프고 이런 아이는 있을지라도 굶어서 죽는 사람은 아시아에서 북한 빼고 없다. 2008년 법륜 스님이 70일 단식하신 적이 있는데, 48일째 단식하던 날 뵈었다.
그때 나는 사람이 굶으면 저렇게 되는 구나 느꼈다. 바싹 마르고 기운이 없으니 쿵쾅 잘 넘어지셨다. 그걸 보면서 도대체 사람이 얼마를 굶으면 죽게 되나 생각하게 됐다. 나도 3~4일 굶어봤는데 진짜 죽겠더라. 몸이 너무 괴로웠다.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먹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난다. 미식거리고 온 몸이 다 아프다.
내가 체험하고 나니 굶어죽는 일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정말 많이 울었다. 나는 살면서 이 얘기를 계속 하겠노라 마음먹었고, 초등학교와 대학을 다니면서 강연을 하고 서명운동도 벌였다.
북한 어린이 얘기를 할 때마다 눈물이 났고 많이 울었다. 그즈음 연예인 자살이 이어졌다. 안재환씨, 최진실 선배. 최진실 선배는 연기자들이 가려는 궁극이다. 국민 요정이자 국민 스타였고, 이혼하고 아이를 둘씩이나 낳았지만 그래도 주인공을 놓치지 않았던 배우다. 그런 사람이 비쩍 말라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쪽에서는 먹을 게 없어 굶어죽고, 한쪽에서는 마음이 불행하고 힘들어 죽는구나 싶으니 진짜 마음이 아팠다. 분단의 비극을 다시 느끼게 됐다."
- 한국에도 굶는 아이들이 많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하루에 한끼 두끼 굶는 결식아동이 있기는 하지만 굶어 죽는 정도는 아니다. 기아와 아사는 완전히 다르다. 굶어죽는 사람에게 먼저 밥을 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 보수단체 회원들은 대북지원이 김정일 체제를 유지하는 수단이 된다고 비판하는데."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북한의 식량난에 대해 모른 척 해왔다고 본다. 무심했다. 나도 북한 김정일 정권이 너무 싫다. 자기 백성이 굶어죽도록 놔두는 무능한 정권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식으로도 용서할 수 없는 나쁜 정권이라고 본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쌀이 창고에 남아돌아 창고 비용 때문에 골치 아프다는 뉴스가 계속 나온다. 그런데 북한은 굶어 죽는다. 식량난이 심각하다. 그러면서 또 통일세를 걷겠다고 한다. 정말 잔인하고 무심한 것 아닌가.
북한 사람들 입장에서 보자면 남한 사람들이 정말 얄밉고 싫을 것 같다. 중국과 미국이 경제지원을 하지 않는 것과 별개로 정말 얄미울 것 같다. 결국 이렇게 남북관계가 대결국면으로 가서 북한이 중국에 편승된다면 우리는 영원히 아주 작은 섬나라가 될 것이다. 대륙으로 나가는 그 어떤 길도 봉쇄 당한 채. 이명박 정부가 원하는 게 그것인지 묻고 싶다."
"북한인권운동? 굶는 사람들에게 밥부터 주자"- 북한인권운동단체도 많은데, 이 운동에는 왜 참여하지 않나. "북한을 북한이라고 보지 않고 아시아의 아주 작은,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나라라고 생각해보자. 오랜 독재를 경험하고 있고 그 내부에서 벌어지는 정확한 상황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밖으로 알려진 것은 강제노역이 심하고 고문도 당하는 등 인권이 열악한 상황이다. 열악한 인권 상황 중에 가장 심각한 것은 굶어죽는 일이다. 이랬을 때, 가장 핵심은 굶는 사람 밥 먹이는 일 아닌가?
대북 쌀 지원부터 해서 굶은 사람 밥부터 먹이고 그 다음에 시시비비 가릴 것 가리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기본적인 지원도 해주지 않으면서 너희들 고문 심하지? 강제노역도 한다며? 이렇게 하는 것은 구경꾼에 불과하고 진심으로 그들을 돕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너희는 아주 나쁜 나라에 살고 있어! 그렇게 말만 하면 뭘 하나. 그래서 뭘 어쩌자는 건가. 당장 사람은 굶고 있는데. 그래서 북한문제와 관련해서는 좌든 우든 대응이 별로 마음에 안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