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공개한 가운데 지난 4월 20일 오후 전교조 정진후 위원장은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상급식·4대강 사업 등 선거쟁점에서 불리한 상황을 면하기 위해 전교조를 정쟁의 숙단으로 삼기 위한 정략적인 행위'라며 규탄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 명단 불법공개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우성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공정택 전 교육감의 구속과 전·현직 학교장들의 연이은 비리사건은 보수집단을 위기로 내모는 듯했다. 유권자들에게는 다수의 교장이 가입돼 있는 교총과 보수성향의 교육감 후보들이 부패한 교육계를 대표하는 집단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4월 19일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교원단체 소속 교사의 명단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킨다.
조 의원은 법원의 명단공개금지 결정에도 불구하고 전교조와 교총 등 교원단체 소속 교사의 명단을 공개했다. 학부모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보수성향의 학부모단체도 명단 공개에 동참했다. 법원은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조 의원에게 "명단을 삭제할 때까지 하루 3000만원을 전교조 측에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교총 측은 손해배상 소송과 함께 세계교원단체 총연합회와 국제기구에 제소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조 의원은 어쩔 수 없이 홈페이지에서 명단을 삭제했지만 보수세력의 '전교조 때리기'는 계속 됐다. 어느새 교육비리에 대한 수많은 의혹과 비난은 사라졌다.
이에 더해 교과부는 선거를 얼마 앞두지 않은 지난 5월 23일, 민노당 가입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교사 183명 중 134명의 파면·해임을 지시했다. 사립학교 교사 35명까지 합하면 169명에 이른다. 전교조 합법화 이후 최대 규모다. 전교조는 소속 교사의 민노당 가입을 전면 부인했다. 그럼에도 교과부는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검찰 기소만을 근거로 교사 중징계를 밀어붙였다. 선거를 의식해 '반전교조'로 중도·보수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다.
그러나 전교조 명단 공개와 파면·해임에도 불구하고 선거여론은 '반전교조'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고 있다. 교육감 선거를 치러 본 지역의 경우 '반전교조' 프레임으로 승부를 보려는 보수세력의 전략을 이미 겪어본 바 있고, 그 외 지역의 유권자들도 큰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감 후보들조차 여당의 전교조 명단 공개에 대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대세다. 실제 각 지역별 교육감 후보의 의견을 보면, 진보성향의 후보들은 모두 '부당하다'는 의견이고 보수성향의 후보들도 '적절치 않다'거나 무응답으로 답변을 회피했다.
반면, 여전히 전교조 명단 공개에 대해 '찬성'의 입장을 피력하는 후보도 있다. 서울(이원희), 경기(정진곤), 인천(나근형), 울산, 부산 지역의 보수성향 후보가 그렇다. 특히, '반전교조'의 기치를 높이 든 서울지역의 이원희 후보는 "교육감이 되면, 교육청 홈페이지와 각 학급 홈페이지에 공개되는 선생님들의 신상을 무소속을 포함해 전부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진보와 보수, 성향으로 구분해본 전국 교육감 후보그렇다면 여당과 교과부의 공세로 교육비리 문제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사라졌을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다수의 교육감 후보들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교육현안으로 교육비리를 꼽았다. 지역별로는 진보 단일후보가 없는 경북이나 충남 등에서 교육감의 도덕성 문제가 쟁점이 되기도 한다. 충남의 경우 오제직 전 교육감이 뇌물수수로 하차 후 보궐선거를 실시한 지역이다. 공정택 전 교육감과 함께 무수한 비리사건이 터져나온 서울 지역 역시 비껴갈 수 없다.
공정택 전 교육감의 비리에 연루돼 함께 기소된 교육계 인사는 모두 55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대부분이 교장, 교감, 장학사, 장학관 등 교육계 고위 인사들이었다. 그 중에는 서울의 이원희 후보가 회장을 맡은 바 있는 교총 회원들도 포함된다. (오마이뉴스, 2010.05.25일자 기사 참고) 따라서 유권자에게는 후보자의 도덕성이나 교육비리 근절을 실현할 가능성을 가늠할 하나의 척도로 후보자의 주요경력을 따져보는 것이 유효할 수 있다.
전국의 교육감 후보를 보수-진보 성향으로 구분해 보면, 보수성향의 후보는 대부분 교육감이나 대학총장 출신인데 비해 진보성향 후보는 거의 교육위원 출신이다. 교육감 출신 후보가 있는 지역은 대부분 인지도가 높은 보수성향 전 교육감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교육위원은 교육감을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자리로, 비리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교육관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시정을 요구해 온 사람이다. 그렇다면 교육자로서 도덕적 우위에 있는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
[의제③-MB교육정책 심판] 일제고사, 성적공개, 자율고 설치사실 이번 선거 최대의 이슈는 'MB 교육정책 심판'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후 우리 교육은 많은 진통을 겪어야 했다. 'MB식 경쟁교육'이라는 말이 보편화될 정도로 현 정부는 경쟁위주의 입시교육을 강행했다. 이로 인해 '학교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공약은 학교를 성적으로 줄 세우고 사교육비를 더욱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명박 정부는 우선,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라는 이름의 일제고사를 실시하고 그 성적 결과를 공개했다. 수능 성적도 공개했다. 국민들은 언론에서 재가공한 학교별 성적 순위, 평균 점수 등을 받아볼 수 있었다. 지역별 학력차가 두드러지고 학교는 전국 단위로 서열화 됐다. 순위에 대한 압박을 받은 각 교육청과 학교는 교사와 학생에게 주입식·암기식 교육을 강요했다. 초등학교를 비롯, 각 학교에는 오전의 0교시와 오후의 보충수업이 부활했고 문제풀이 수업이 많아졌다.
본래 사교육계는 공교육의 '틈새시장'을 노리며 상품을 팔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이명박 정부가 사교육비를 경감시키겠다는 명목으로 공교육에 사교육을 이길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공교육은 '사교육 없는 학교'라는 이름으로 사교육의 학습 지도방법을 따라하며 성적 올리기에 급급해한다. 반면, 사교육은 과시하듯 '맞춤형 학습'을 홍보하며 일제고사와 내신, 수능 등 학생의 요구에 따라 성적수준별 수업을 실시한다.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오히려 해마다 사교육비는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사교육비는 경제위기 속에서도 21조 6000억 원으로 2008년보다 3.4% 증가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역시 24만 원으로 전년대비 3.9% 상승했다. ([그림 1]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