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4명의 시민들은 "한명숙 후보를 찍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권 종사자들은 '민주주의의 위기', '남북관계 위기'를 이명박 정부 심판의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유세장 인근 금융회사에 일하는 50대 남성 이아무개씨는 "(이명박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정치적인 면이 가장 크다"며 "이제는 제대로 가야 한다, 정도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독재에 가깝게 하고 있고,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여의도 금융권 종사자인 30대 중반의 남성 김아무개씨는 "MB를 심판해야 한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며 "MB는 지난 10년간 진전시켜온 대북관계를 완전히 원점으로 되돌려버렸다"고 말했다.
20대 후반의 학생 윤아무개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는 대한민국을 크게 발전시키리라는 기대를 하게끔 했지만 집권 2년 반이 되도록 해놓은 일도 없고 해서 실망이 크다"며 "한명숙 후보가 얘기하는 공약 내용에도 찬성하고 있다"고 지지이유를 밝혔다.
전직 기자임을 밝힌 40대 후반 남성 김아무개씨는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뒤 보여준 모습에서는 국민을 배려하는 모습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천안함 사건도 70·80년대 북풍사건들의 재연이고, 안보위기를 조장해 사람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훼손이며, 이런 일들을 투표를 통해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햇볕정책의 본질은 '대한민국이 먹고 살기 위해선 한반도 평화가 우선'이라는 것인데, 이 대통령은 이에 위반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훈 후보를 향한 '강남 엄마'들의 지지는 절대적이었다. 같은 날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만난 많은 이들이 "당연히 강남 잘 아는 오세훈 후보 아닌가", "주변에서는 오세훈 후보를 찍겠다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지지 이유는 다양했다. 고아무개(55)씨는 "오세훈 후보가 지난 4년 동안 무난하게 서울시를 이끌지 않았느냐"며 "특히 시청과 구청에서 돈을 많이 투입해 '서울형 어린이집'을 만드는 등 보육 시설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한명숙 후보에 대해 적지 않은 나이가 약점이라 지적했다. 고씨는 "서울시에 할 일이 얼마나 많나, 나이 든 시장은 힘에 부칠 것"이라며 "오세훈 후보처럼 젊고 일 잘하고 이미지 좋은 사람이 시장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 역삼동에 산다는 김아무개(28)씨는 "한명숙 후보는 당선되면 서울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내놓은 게 없다"며 "야당에서는 언론장악-4대강 사업 반대를 외치며 '정권심판론'을 내세우는데, 설득력이 없다, 지방선거는 일 잘하는 행정가를 뽑는 선거"라고 지적했다.
대치동에서 만난 '강남 엄마'들의 '표심'은 확실히 오세훈 후보측에 쏠려 있었다. 그러나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자녀가 있다는 김미숙(38)씨는 오세훈 후보의 보육·교육 정책의 허점을 지적하며 한명숙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시했다.
김씨는 "(오 후보의) 보육정책이 잘됐다고 하는 사람 있는데, 늦게까지 일하는 엄마들한테는 부족한 점이 많다"며 "현재 주변에는 저녁까지 싼값에 아이를 맡아주는 어린이집이 별로 없다, 그나마 서울형 어린이집이 한군데 있지만 아이를 보내기엔 멀다, 또 초등학교에서 디자인 수업을 한다는데, '디자인 서울' 홍보하느라 아이들한테 엉뚱한 것만 가르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종묘공원] 후보자토론보다 뜨거운 노인논객들의 난상토론
이날 찾은 여의도와 대치동에 못지않게 노년층 집결지로 잘 알려져 있는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도 지방선거 열기로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A노인 : "그럼 오세훈이가 노점상 다 치워버린 게 잘했다는 거냐?"
B노인 : "노점상들도 다 먹고 살만하니까 그런 거 아니오."
A노인 :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고."
B노인 : "형님, 내가 지금 싸우자는 게 아니잖소, 나도 다 들은 말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오."
이날 오후 4시경 종묘공원 편의점 앞에서는 노인 10여명이 둘러서서 지켜보는 가운데 A와 B, 두 노인의 열띤 토론을 벌였다. 무턱대고 'MB심판', '혹은 '좌파척결'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세훈 후보가 종로 대로변 노점상들을 주변 뒷길에 재배치한 것에 대한 '정책 토론'이었다.
바로 옆 20여명이 모인 토론장에서는 한 노인이 열변을 토해냈다. 오재룡(78)씨는 "남북관계가 대결국면으로 가면, 이북은 의지할 곳이 중국 밖에 없으니 중국이 해달라는 것을 다 해줘야한다, 이남은 어떻게 되느냐, 전쟁위기 분위기가 되면 새 무기가 필요하고 결국 미국에서 사올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오씨는 이어 "그러면, 전쟁은 나지 않는다고 해도 이북은 이북대로 진기가 빠지고, 이남은 이남대로 진기가 빠지고 해서 결국 남북에 다 손해일 수밖에 없다"며 "전쟁을 부추기는 세력을 몰아내고 평화를 바라는 세력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호) 2번이다, 2번"이라고 말했다.
오씨의 열변을 듣고 있던 기자의 손을 잡아끈 노인이 있었다. 김아무개(80)씨는 기자를 데리고 다른 쪽으로 가면서 "나는 당연히 한나라당이지"라고 속삭이듯 지지정당을 밝혔다.
김씨는 "저쪽은 다 민주당 패거리여, 대통령한테 대놓고 욕하고, 다른 나라 조사단까지 와서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고 하는데, 무조건 천안함이 암초에 걸려서 쪼개졌다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해줘야하지 않겠느냐"고 한나라당 지지 이유를 밝혔다.
이날 종묘공원은 다른 날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김씨에게 이유를 물으니 "시청 앞에 몰려갔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시청 앞 서울광장에선 애국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천안함 전사자 추모 및 북한 응징 결의 국민대회'가 열리고 있어 보수성향 노인들이 종묘공원에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것. 김씨는 "('민주당 패거리'라고 지칭했던) 저쪽은 소수고, 우리(보수 성향)는 다수"라고 주장했다.
걸음을 종묘매표소 방향으로 옮기니 또다른 논쟁이 진행되고 있었다.
C노인 : "지금 이명박이가 완전 독재하고 있는 거 아니냐?"
D노인 : "민주주의? 민주주의가 원래 법치주의부터 돼야 민주주의가 되는 거 아닌가? 경찰서에서 술먹고 행패부리고 이런 놈들도 경찰이 쩔쩔매고 그랬는데 요새는 안그러잖아. 지금 잘하고 있구만 왜 그래?"
노년층에서 한나라당 지지세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노년층 집결지 종묘공원에서도 'MB심판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하나의 세력을 이루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