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남소연
다시 현장으로 가보자. 오 후보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주변에 있던 한 서울시교육감 후보 선거운동원들은 일제히 외치기 시작했다.
"김영숙! 김영숙! 김영숙!"당시 김영숙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지척에 있었다. 김 후보는 오 후보 유세현장에서 약 20m 떨어진 곳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두 후보의 선거 유세 차량 역시 약 5m 간격으로 붙어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를 들은 김 후보의 표정은 밝아졌다.
물론 오 후보는 자신이 공개적으로 지지한 교육감 후보자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라면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비를 줄여본 경험이 있는 분"이 누구인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덕성여중 교장 출신인 김영숙 후보가 그동안 여러 차례 "나는 공교육을 강화해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해봤다"고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이 아니어도 '오세훈-김영숙 연대설'과 '한나라당 김영숙 지지설'은 그동안 교육계 안팎에서 여러 차례 제기됐었다. 우선, 지난 4월 8일 김 후보는 서울시교육감 후보 등록을 마친 뒤 "한나라당 지지를 받는 후보로 알려졌다"고 적힌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지난 5일 오 후보와 김 후보는 어린이대공원에서 만난 바 있고 이어 11일 오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김 후보가 참석해 함께 사진을 찍는 등 친분을 과시했다. 또 오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중구 프레스센터 1층에 있고, 김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같은 건물 9층에 있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서울시당은 지난달 9일 당협위원장 회의를 열어 김 후보를 지원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증명하듯 4월 18일 열린 김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강승규·공성진·구상찬·권영세·권영진·김성식·김용태·박영아·윤석용·홍정욱·홍준표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물론 현행 선거법은 정당의 교육감 선거 개입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선거운동만 하지 않을 뿐 한나라당은 보수우익 성향 후보를, 민주당 등 야당은 진보개혁 성향 후보를 물밑에서 지지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김영숙 후보가 오세훈 후보와 종종 같은 장소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처럼, 진보개혁 진영 서울시교육감 단일후보 곽노현 역시 의도적으로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동선이 겹치는 유세 일정을 짜고 있다. '한명숙-곽노현' 연대설을 강조해 인지도를 높이면서 야당 표를 끌어안으려는 전략이다.
진보는 '한명숙-곽노현', 보수는 '오세훈-김영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