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지사 선거 야권 단일후보로 결정된 무소속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유성호
현재 경남에서는 그 어느 지역보다 야권의 후보단일화 열매를 많이 거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를 비롯해 창원, 양산, 진주, 거제 등 7군데 기초단체에도 야권 단일후보가 출마한다. 만약 김 후보와 이들 야권의 기초단체장 단일 후보가 함께 당선된다면 정치 발전 측면은 물론 그 역사적 의미도 적지 않다.
- 야권 후보단일화라는 큰 산 하나를 넘었다. 고비는 없었나."왜 없었겠나. 두 달 넘게 걸렸다. 초반에는 도지사 단일화 문제뿐 아니라 통합창원시장 후보 단일화 문제까지 연동해 논의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다 도지사 후보 문제를 따로 분리해서 논의를 시작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여론조사에서는 내가 앞섰고 시민배심원제에서는 조직력이 강한 민주노동당 강병기 후보가 앞섰다. 서로 한발씩 양보한 것인데 여론조사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었음에도 강병기 후보가 큰 결단을 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야권이 단일후보를 내도 한나라당을 극복하기 어려운데 각개약진해서는 안된다, 이번에는 이기는 선거를 해야한다는 강력한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
- 강병기 후보가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호흡은 잘 맞나."물론이다.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야권의 공동 노력 없이는 이길 수 없다. 강 후보는 현장에 항상 동행해 선거전에 나서고 있다."
- 경남이 다른 지역보다 야권의 연대 움직임이 활발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지난해 양산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얻은 교훈이다. 당시 송인배 민주당 후보가 3000표 차이로 박희태 한나라당 후보에게 졌다. 간발의 차였다. 후보 단일화를 이뤘으면 이길 수도 있었다. 야권의 불모지인 경남에서 힘을 합치지 않으면 도저히 한나라당을 넘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다. 정당을 뛰어넘어 경남의 미래를 위해서 야권의 연대 모습을 보여줘야 책임 있는 정치세력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 이번 선거의 역사적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나."이승만 독재와 박정희 독재 붕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부산·경남 민주개혁 세력의 적통이 90년 '3당 합당'으로 끊겼다. 만약 야권단일 후보로 나선 내가 경남도지사에 당선된다면 이는 소멸해 버린 영남 개혁세력의 복원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또 한나라당이라는 보수세력과 민주세력간 견제 균형이 이루어지면서 영남이 진정한 정치발전의 심장부가 될 수 있다. 정책과 노선, 가치 중심으로 선출직 공직자를 뽑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경남에서 야권의 승리는 그 자체가 선거혁명, 정치혁명이다."
이어리 이장에서 '리틀 노무현'으로김 후보가 건넨 명함에는 이력으로 '참여정부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과 함께 '남해군 고현면 이어리 이장'이 나란히 소개돼 있다. 대학졸업 후 고향 남해로 돌아와 농민운동을 하던 시절 맡았던 이어리 이장 이력은 그에게 그만큼 큰 자랑거리다.
이후 1995년 남해군수 선거에 출마해 전국 최연소(당시 37살) 자치단체장 기록을 세우며 당선됐고 이 후 남해군은 지방자치의 모범으로 손꼽혔다. 군수 관사를 허물어 민원인 주차장과 느티나무 쉼터를 조성하고 군수실 한쪽 벽을 투명유리로 바꾼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참여정부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입각한 후 참여정부의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입안했다. 하지만 당시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으로부터 '이장·군수 출신 장관'이라는 무시를 당하다 결국 당시 한총련 시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구실로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면서 7개월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지역주의 극복을 기치로 2006년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으로 당선되고 경남 지역 총선과 도지사 선거에 도전을 거듭하면서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 '리틀 노무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혹 부담스럽지는 않나."부담스럽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여러 가치 중에 지역주의 극복, 국토균형발전, 지방분권 등은 계승해서 마무리하고 싶은 꿈이 있다."
- 이번 경남지사 선거가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대리전이라는 시각에는 동의하나."언론에서 그렇게들 규정하고 있는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도 다가오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대비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두 대통령의 대리전이라는 성격 규정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지방분권론자 대 중앙집권론자의 대결이라고 본다. 나는 참여정부에서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정책을 담당한 장관이었고 이달곤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서울 일극 중심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했던 장관이다. 이 후보가 이제 와서 지방경쟁력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지만 세종시 반대에 앞장섰던 과거를 보면 진정성을 믿기 힘들다."
- 야권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을 꺼내들었는데 청와대가 밝힌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50%를 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비결이 뭔지 궁금하다.(웃음)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거는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의 성격을 갖는다. 이번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선거다. 또 임기 중간에 치러지기 때문에 중간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 세종시 문제, 4대강 사업, 부자감세 등 정부 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더불어 한나라당이 독점했던 지방행정에 대한 평가가 어우러질 것으로 생각한다."
"자치단체장은 표가 떨어져도 할일은 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