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4대강, 무상급식 단속 방침
황영민
선관위는 말한다. 찬반활동 자체에 대해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 '방법'에 대해 규제를 하는 것이라고 변명한다. 그러나 선관위의 방침대로라면 시민·종교단체는 자신의 홈페이지와 사무실에 일반 시민들이 찾아오는 것을 기대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사실상 선거에서 표현의 자유는 완전히 포박 당하고, 유권자 운동은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선관위가 '정책선거'를 앞장서 거부했다는 비판은 불가피해졌다. 입만 열면 '정책선거'를 부르짖던 선관위가, 4대강과 무상급식이 '선거쟁점'으로 부상했으니 이제 정책에 대한 얘기는 그만하라고 하니, 국민을 바보로 알지 않고서는 상상할 수 없는 횡포이다.
선거가 올바른 정책을 가진 후보자를 선택하는 길이라면, 또 4대강과 무상급식이 전 국민적 관심사라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활발한 토론과 논쟁을 권장하고, 보장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가. 헌법 기관 스스로 나서서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유권자의 참정권'을 부정하는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실효성 없는 '정부 홍보 자제 권고', 여당의 선거도우미 자처
선관위의 활동에서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시민·종교단체의 유권자 운동과 정부 활동에 대한 이중 잣대다. 선관위는 발표 자료에서, 시민·종교 단체의 일상적 활동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것과 달리 정부의 광범위한 홍보 활동에 대해서는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또한 인터뷰 등을 통해 정부의 통상적 활동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부분은 선거법으로 규제하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방침과 다짐이 얼마나 실효성 있겠는가. 이미 지난 4월 12일 선관위가 공문을 통해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자제요청을 했음에도, 20일에는 정부여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4대강 사업에 대한 대대적 홍보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하루 앞선 19일에는, 행정안전부가 전국 14개 시·도 기획관 회의를 소집해 녹색성장사업 홍보와 4대강 사업의 반대여론을 극복하기 위해 자문단 구성을 지시했고, 각 분야 교수, 연구원, 공무원 등을 중심으로 할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이 방침에 따라 경기도와 충청남도는 이미 자문단 구성을 마친 사실도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4대강 사업은 생명보호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대표적인 녹색뉴딜 프로젝트(4/22, 제4차 환경을 위한 기업 정상회의 기조연설)'라고 연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선관위가 이런 정부, 대통령, 한나라당의 활동을 선거법으로 규제하였는가. 아니 규제할 의지는 있는가. 누리꾼들이 '4대강 전도사 이명박 대통령'을 선거법으로 단속하라고 난리인데 선관위는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고 있는가. 아니 서두에 언급한 4대강 홍보 광고가 매일 라디오를 타고 전국에 방송되고 있는데, 선관위 직원들만 귀를 닫고 사는 것인가. 선관위가 세 살 어린아이도 속지 않을 '말장난'으로 공정성을 가장하는데 '정부여당의 선거도우미'라는 비판은 오히려 당연하다. 상식이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도 선관위의 행태를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