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지난 11일 '천안함의 영웅들,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제목의 특별생방송을 1부와 2부로 나눠 4시간 동안 방송했다.
KBS
KBS가 천안함 사고에 대해 성금을 걷겠다고 나섰다. 무엇이 그리 급한지, 그 사고의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한 천안함 사고에 대해 국민들의 온정의 손길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MB특보 출신을 사장으로 모시고 있는 KBS의 비장의 카드인지도 모른다. 천안함 사고로 인해 심기가 불편하실 대통령을 위해 '액션'을 취해야 했을 KBS의 입장에서 국민성금은 익숙하지만 꽤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권 여당에게 불리한 모든 이슈를 덮어 버리되, 정부에게 불리한 천안함 사고 원인이나 책임은 희석시키고 사건 자체의 비참함을 더 크게 강조하는 방법으로서의 국민성금.
비극적이지만 이와 같은 국민성금은 우리 국민들에게 절대 낯선 존재가 아니다. 구한말 국채보상운동에서부터 시작해서 5공 평화의 댐 건설 성금, IMF 금 모으기 그리고 최근에는 숭례문 복원까지. 우리의 국가는 툭하면 국민성금을 운운했고 국민들은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왔다.
국민성금 통해 강화되는 근대국민국가체제따라서 국민성금이 제도 아닌 제도로 굳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제대로 확립되지 못한 근대국가가 국민을 호명하는 하나의 방법이며 국가가 국민들에게 자신의 절대성을 확인시키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국가적인 재난, 사고에 한두 푼 모음으로써 자신이 국민임을 커밍아웃하며, 국가는 이와 같은 행위를 통해 모자란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요, 그 구성원의 결속을 도모한다. 결국 국민성금을 통해 근대국민국가체제는 강화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성금은 종종 국가가 원하는 이데올로기를 담지한다. 우리는 평화의 댐 건설 성금을 내면서 다시 한 번 북한 빨갱이의 무서움과 반공의식의 필요성에 대해 교육받았으며, IMF 당시에는 금을 모으며 이 국난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국민이 하나 되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주술을 걸었다. 금 모으기가 경제적 행위가 아닌 애국적이고 민족적인 거사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결국 이와 같은 맹목적인 국민성금에서는 나의 성금이 독재자의 수중에 들어갔다 한들, IMF 때 팔았던 금을 추후에 더 비싸게 샀다 한들 별 의미가 없다. 각 개인에게 중요한 것은 국가가 내게 구조를 요청했다는 사실과 내가 그 부름에 기꺼이 응했다는 사실이다. KBS는 이번 천안함 성금으로 하루만에 5억 원을 모았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결국 국민성금이 그만큼 효과적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천안함 사고, 모든 책임은 국가에 있다... 근데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