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18일째인 12일 오후 백령도 연화리 함미 침몰해역에서 작업중이던 대형크레인이 인양한 함미를 인양해 백령도 인근 연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1974년과 1975년 북한의 서해 도발 이후 박정희 대통령이 백령도와 연평도를 요새화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1976년부터 1978년까지 북한군 상륙에 대비해서 개조한 폭뢰 130여 개와 발목 지뢰를 설치했다."최근 <오마이뉴스>와 만난 전직 해군 최고위급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이어 "1986년에 폭뢰에 대한 수거작업을 벌였는데, 대부분 유실돼 20% 정도만 회수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김태영 국방장관이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발언, 즉 "과거에 폭뢰를 개조, 적의 상륙을 거부하기 위한 시설을 해 놓은 게 있었는데 다 수거했다"는 말과도 배치된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이 폭뢰는 미군이 2차대전 때 쓰던 것을 넘겨받은 것인데, 전기 충격기로 연결시켜 지상에서 눌러 폭파시킬 수 있도록 개조한 것"이라며 "이거 하나면 성냥 공장을 차릴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조갑제 <월간조선> 전 대표도 지난 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이명박 대통령의 '말 못할 고민'은 '회수 못한 연화리 해저기뢰'>란 글에서, 이 대통령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개입설에 선을 긋고 있는 이유에 대해 "한국군이 1978년 사고 해역에 북한의 상륙작전에 대비한 기뢰를 설치했는데, 회수하지 못한 것들이 있고 이것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 해군 고위 관계자는 이 '폭뢰'가 천안함 침몰 원인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정에 가정을 하면 모르지만, 그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외부폭발이라면, 왜 2차 폭발이 없었을까 그는 어뢰설에 대해서도 ▲ 음탐사들이 소음이 큰 어뢰 스크류 소리를 탐지하지 못했고 ▲사고 해역의 낮은 수심과 거센 조류 때문에 잠수함 기동이 어렵고 ▲천안함에 기름(작전 중에는 기름탱크의 60% 이상을 채운다)과 각종 탄약, 유도탄 등이 있었음에도 '2차폭발'이 없었으며 ▲서해의 특성을 잘 아는 북한이, 더구나 한미연합전력이 와 있는 독수리 훈련 중에 그런 작전을 했겠느냐는 점 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2차폭발이 없었다는 점은 '기뢰설' 등 외부폭발의 경우에는 그대로 적용되는 의문이다.
그는 또 "세계에서 가장 파도가 센 북대서양에서 상선들이 새깅(Sagging, 배의 선수와 선미가 파도에 걸리면서 중간부분이 내려앉는 것)과 호깅(Hogging, 배의 선수와 선미가 공중에 뜨고 배의 아랫부분 중간에 파도가 걸리는 것) 현상으로 두 동강 나는 경우가 있다"면서 "그런 경우에도 지진파가 나올 정도의 충격이 발생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천안함을 인양해, 파열 부분이 어느 쪽으로 휘어져 있는지 살펴보고 선체와 뻘(개흙)에 박혀있는 파편을 분석하면 분명히 침몰 원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편을 찾아내면 어뢰인지, 기뢰인지, 폭뢰인지 또 어디서 만든 것인지 식별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11일과 12일 전화와 직접 대면을 통해 그의 분석을 들었다. 다음은 문답 전문.
- 조갑제씨가 1970년대 후반에 북한의 상륙작전에 대비해 백령도 연화리 앞에 기뢰를 설치했다는 주장을 했는데."기뢰가 아니고, 지상군이 대침투에 대비해 쓰는 발목 지뢰하고 해군이 쓰는 잠수함 잡는 폭뢰가 있는데 그것을 설치했다. 그런데 연화리 앞바다만 그랬다고는 할 수 없다. 1974년, 1975년에 북한이 서해 사태를 많이 유발했었다. 선단 이끌고 소청도 앞까지 내려와서 자기네 바다라고 해서 애를 많이 먹었다. 그래서 1976년부터 1978년까지 박정희 대통령이 백령도와 연평도를 요새화시키면서, (북한군) 상륙에 대비해서 지뢰와 폭뢰를 많이 설치했다. 이건 (당시 군에서는) 많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 백령도가 최우선이었을 것 같은데. "그랬다. 백령도 해안 전체가 자연 형태 그대로 있던 게 아니라, 남북대치상황에서 지뢰와 폭뢰를 설치한 것이다."
- 그런데 이것이 1200톤급 천안함을 두동강 낼 정도로 파괴력이 있는 것인가. 그리고 몇 개나 설치한 건가. "굉장히 큰데, 무게는 200kg 정도 된다. 그거 한 발이면 성냥 공장 차린다는 말도 있었다. 130여개 정도 될 것이다. 미군이 2차대전 때 사용하다 남은 것을 넘겨 받은 것이다. 그런데 바닷가에는 바람도 불고 파도도 치니까 많이 유실됐다. 발목 지뢰같은 건 엉뚱한 데 떠내려가서 아이들이 다치고 그랬다. 86년에 회수를 했는데, 유실되고 해서 전체 회수를 못했다. 회수한 것은 10~20% 정도 될 것이다."
- 폭뢰가 전기식 폭뢰인가. "수중의 잠수함 잡기 위해 바다로 빠뜨리는 것이다. 폭뢰를 개조해서 전기식 충격기로 연결시켜서, 북한 함정이 접근하면 지상에서 눌러서 폭파시킬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 설치나 회수에 직접 참여했나.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당시에 군에서 많이 알려진 사실이었고, 북한의 상륙작전 대비 등 각종 군내 세미나에서 자세히 알게 됐다."
"스크류로 25m 아래 것을 끌어올리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