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유성호
이후에도 국방부는 공식적으로 9시 30분경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입장을 내세우다가 1일이 되어서야 사고 시간이 9시 22분이라고 밝힌 것이다. 국방부가 사고 시간을 9시 22분이라고 내세우는 가장 유력한 근거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사고 당일 백령도 근해에서 포착한 지진파다.
천안함이 침몰하던 26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사고발생지점으로 추정되는 해역에서 리히터 규모 1.5의 지진파를 감지한 시간이 오후 9시 21분 58초라는 것이다.
또 백령도 해안초소에서 열상감시장비(TOD)로 침몰중인 천안함을 촬영한 해병대 초병의 증언과 TOD 영상기록에 나타난 시간도 한국지질자원연구소가 지진파를 감지한 시간대와 비슷하다는 것이 군당국이 사고시점을 9시 22분경으로 보는 유력한 근거다.
하지만 해양경찰청이 사고 발생시각을 9시 15분으로 적시하고 있는데다, 천안함의 한 실종자가 사고당일 9시 16분경 휴대전화 통화 도중 "비상사태가 생겼다"고 말했다는 실종자 가족의 증언이 있고, 같은 시간에 문자 메시지가 끊어졌다는 또 다른 진술이 나오고 있는 정황으로 보아 사고 시점을 오후 9시 22분으로 단정하기는 힘들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군당국은 이런 혼선이 빚어졌던 상황에 대해 "군은 상황 보고시 최초, 중간, 최종보고의 절차가 있으며, 최초보고는 정확성보다는 신속성을 강조해 다소 오차가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고 발생 시간이 정확하게 파악되어야 사고의 성격과 군당국의 사후 대처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에서 정확한 사고시점 규명은 필수적이다.
[의문 ②]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포착한 지진파는 무엇?
정황상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사고당일 측정한 지진파는 천안함 침몰의 직접적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이희일 한국지질자원연구소 국토지질연구본부장은 "사고 당일 감지된 지진파의 규모는 170~180Kg의 TNT가 폭발한 것과 같은 위력"이라며 "자연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진파가 감지됐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 그 원인이 함정이 암초에 부딪힌 것인지, 내부 폭발이나 외부 폭발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질자원연구소가 감지한 지진파가 꼭 폭발에 의해서만 생겼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리히터 규모 1.5 정도의 지진파는 2차대전 당시 사용했던 폭탄의 규모 또는 배가 전속으로 항해하다 암초에 부딪쳤을 때 가능하다"고 밝혔다.
즉 기뢰로 의심되는 물체가 수중에서 폭발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천안함이 암초에 부딪쳤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현지 어민들은 사고 해역에 암초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어선의 흘수선(물에 잠기는 깊이)와 천안함의 흘수선(2.9m)에 차이가 있고 사고 당시 파도의 높이에 따라 그동안 파악되지 않았던 암초에 좌초했을 가능성도 있다.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은 지난 27일 실종자 가족들 앞에서 "함장실에 있는 순간 쾅하는 충돌음과 함께 배가 오른쪽으로 직각 90도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최 중령이 말한 충돌음이 천안함이 암초에 부딪쳤을 때 발생한 소음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화약 냄새가 나지 않았다는 그의 증언도 폭발의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의문 ③] 천안함을 두 동강 낸 폭발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