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밤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사고 당시 고속단정에 구조된 승조원들이 '해경 501함'으로 옮겨 타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새떼 대공사격' 속초함, 왜 구조작업 참가 미뤘나사고 당시 천안함 인근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속초함의 대공사격 부분이다. 합동참모본부(아래 합참) 작전정보처장 이기식 준장이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26일 오후 9시 30분에 천안함에서 폭발과 동시에 침수가 진행되었고, 이로부터 27분 후인 오후 9시 57분 속초함은 레이더상에 나타난 북쪽의 미확인 대공 표적에 대해 76mm 포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때 발사된 포탄은 모두 130여 발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합참은 "천안함 근처에 있던 속초함이 정체불명의 물체를 포착해 5분간 경고사격을 가하기도 했지만 레이더상의 형상으로 볼 때 새떼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합참의 해명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국방전문가인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야간에 초계함은 대공표적을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사통레이더로 비행체를 추적하거나 사격하는 것이 가능하며, 백령도에 있는 공군 레이더 기지에서 데이터를 받아서 사격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당시 상황에 대해 "레이더를 쫓아 추격했지만 확인 결과 새떼였다"고 해명하고 있다.
사고해역은 이른바 접적해역이다. 남북한 간에 교전 가능성이 상존하는 해역에서, 그것도 야간에 미확인 표적을 향해 5분간이나 경고사격을 가했다는 군 당국의 해명은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군사 전문가들은 초계함이 보유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화력인 76mm 포를 발사하는 것은 그럴 만한 조건이 갖춰졌을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사격 이전에 이미 표적에 대한 식별과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또 전문가들은 군사적 충돌 위험이 높은 NLL 근해에서 함포 사격은 해당 해역을 관할하는 해군 2함대 사령관이나 해군 작전사령관급의 허가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더군다나 군 당국이 밝힌 속초함의 발사시각은 천안함에서 의문의 폭발이 일어나고 급속히 침수가 진행되던 급박한 시점이었다. 이런 상황에 천안함 인근에 있던 속초함이 구조작업에 참가하지 않고 미확인 대공표적에 대한 사격을 한 것은 뭔가 그럴만한 상황이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침몰 닷새째를 맞아 사고의 원인 규명 작업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속초함의 대공사격과 천안함이 수심이 낮은 지역까지 들어가 무리한 경계 활동에 나선 이유 사이에는 뭔가 연관성이 있지 않느냐는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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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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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과 속초함, 증폭되는 '의문의 행적'...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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