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치료실>세브란스 병원 재활치료실에서 재활치료중인 준수
이기원
그런 아내의 제의를 한 번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처님 찾으며 빈다고 기적이 일어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들이 평생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야 한다는 상황을 아내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그게 현실이라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도 생각했다. 절박한 자신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나를 향해 "당신 참 무서운 사람"이라며 원망 섞인 눈으로 바라봤다.
아내가 부처님에 매달려 절망스런 자신을 다잡고 준수의 기적을 바랐다면, 나는 준수의 병상일기를 쓰면서 흔들리는 자신을 다잡고 간절하게 준수의 기적을 기원했다. 그렇게 한 해가 가고 또 다른 해를 맞으며 준수에게 기적이 찾아왔다. 발가락이 움직이고, 다리를 움직이고, 다시 수많은 시간을 보낸 뒤에는 의자에 의지해서 일어섰다. 그리고 또 다시 시간이 흐른 뒤에는 평행봉 잡고 발걸음을 떼더니 지팡이에 의존해서 걷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병원에서 수술 받고 투병 생활하던 준수는 퇴원해서 정상적으로 학교 생활을 했다. 어느새 세월이 흘러 올해 준수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여느 고3 학생과 똑같이 신 새벽에 일어나 학교에 가고, 늦은 밤 집에 돌아오는 생활을 하며 살고 있다.
형님, 책 전도사시네요준수의 투병일기가 끝난 뒤엔 주로 사는이야기를 썼다. 시골 계신 어머니, 아버지 얘기, 교통사고 후 힘들게 농사짓는 장인, 장모님 도와드리며 일하던 얘기, 농촌 들녘에서 바라볼 수 있는 풍경 얘기, 풀꽃 얘기 등등….
그러다 우연히 기웃댄 곳이 책 읽고 글 쓰는 서평이었다. 글 쓰는 것만큼 좋아했던 책읽기라 사는이야기 소재가 점점 바닥이 난다는 생각이 들 무렵 한두 번씩 서평을 썼다. 시립도서관에 가서 읽은 책을 중심으로.
서평이 어떻게 써야 되는지도 알지 못하고 무턱대고 시작했다. 책 내용 적당히 뽑아내서 짜깁기하면 되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지만, 서평 기사의 횟수가 늘어나면서 두려움이 앞섰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들인 저자의 정성과 노력을 함부로 재단하고 평가할만한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생각했다. 서평을 쓰더라도 조금은 자신 있는 부분을 써보자고. 역사를 전공하고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 입장에서 역사 관련 책을 읽고 서평을 써보자고. 그렇게 시작된 것이 [책 속으로 떠난 역사 여행] 연재였다. 올해 2월 24일 기사가 된 <그래도 희망의 역사>가 59회 기사였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인터뷰 기사도 썼다. 물론 책동네 기사였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잠언집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을 펴낸 김익록 편집위원을 찾아 쓴 기사였다. 마침 경향신문에서도 같은 책에 대한 서평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아 서평과 인터뷰 기사를 같이 써서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