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인도의 3대 IT서비스업체 현황 비교(주) 각 회사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김광수경제연구소
IT서비스업체의 서비스 수준을 판단하는 국제적인 소프트웨어 품질인증 최고 등급인 CMM 레벨5 획득 시기를 보면, 인도의 위프로가 1998년에 소프트웨어 서비스회사로는 세계 최초로 레벨 5를 인증 받았으며 인포시스와 타타컨설턴시서비스는 1999년과 2000년에 각각 레벨 5를 획득했다. 이에 비해 삼성SDS는 2002년에 국내 최초로 CMM 레벨 5 인증을 받았으며, 뒤를 이어 LG CNS와 SK C&C는 2003년과 2004년에 각각 레벨 5를 획득했다.
또한 소프트웨어 품질 평가와 프로세스 성숙도 및 프로젝트 수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국제공인평가인증인 CMMI(Capability Maturity Model Integration) 최고 등급인 레벨 5 획득 시기도 인도 위프로와 인포시스는 2002년, 타타컨설턴시서비스는 2004년인 반면, 삼성 SDS는 2004년 그리고 LG CNS와 SK C&C는 2006년에 각각 획득했다. 이것은 고부가가치 서비스부문의 기술경쟁력에서 인도가 상대적으로 앞서고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매출 대부분 국내에서 발생... 오너 지배구조 강화하기 위해 활용되기도그런가 하면 한국의 3대 IT서비스업체의 지역별 매출을 보면 대부분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다. 삼성 SDS의 2008년 수출은 878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3.5%에 불과했으며, LG CNS와 SK C&C 역시 수출이 전체 매출의 3.9%와 1.7%에 불과했다. 이처럼 한국의 주요 IT서비스 업체들의 내수 의존도는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해당 그룹사들에 의한 내부거래 의존도가 50~60%에 이르고 나머지는 은행 등 금융기관과 정부발주에 의존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인도 3대 IT서비스업체의 지역별 매출을 보면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지역의 선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또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도 제조 및 금융산업에서 유통, 통신, 소매, 하이테크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한국 IT서비스산업이 이처럼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국내에서만 머물러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 재벌기업들과 한국 정부의 인식 결여 때문이다. IT서비스를 경쟁력이나 효율성, 생산성 등을 높이는 부가가치 창출 수단이 아닌 부수적인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한국의 주요 IT서비스업체들은 대그룹의 각 계열사에서 시스템을 관리하던 전산실 인원들을 통합하여 1980년대 후반부터 설립되기 시작했다. IT서비스기업 설립 목적이 독자적 산업으로서 부가가치 창출이 아니라 그룹의 관리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SK C&C 같은 경우는 SK그룹 오너의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순환출자 구조를 만드는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또한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원청업체인 그룹계열사에서 같이 근무하던 전산실 직원이 갑자기 IT서비스회사로 분리되다 보니 개인적인 인간관계에 의해 일이 처리되거나 회사 대 회사의 비즈니스 관계를 무시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와 같은 잘못된 관행은 제대로 된 절차와 프로세스에 입각한 지식산업으로서 IT서비스산업이 자리잡는데 걸림돌이 됐고, 아직까지도 이러한 분위기는 고쳐지지 않고 있는 면이 있다.
한국에서 IT서비스가 부가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단적인 예가 프로젝트 단가를 투입인력의 전문성이나 프로젝트의 난이도 및 수준과는 전혀 무관한 단순 인건비와 기간만을 고려하는 M/M(Man/Month, 헤드카운트라고도 함) 방식으로 산정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프로젝트비용 산정의 문제점을 수정하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개발비용 산정 시 국제표준인 기능점수 방식이 도입됐고 지식경제부는 지난 2009년 5월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의 후속조치로 향후 공공정보화 사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비용 계산시 국제표준인 기능점수 방식만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기능점수 방식은 사용자인 발주기관이 요구사항을 정확히 측정해 도출할 수 있는 전문성을 확보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능점수 방식을 도입한다 한들 자리잡는 데는 한계가 있고 민간부문에서는 개발비용 산정에 짜맞추기식 편법을 동원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 IT서비스산업의 문제점은 이뿐만 아니라 프로젝트에 대한 요구사항이나 계약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계약관행, 사전 동의 없는 프로젝트 범위 확장, 산업이 수직적 다단계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대기업들이 프로젝트 진행에 따른 위험을 하도급업체에 일방적으로 전가시키는 구조, 과도한 업무로 인한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임금, 프로세스 일괄발주로 인한 인력의 전문성 제고 및 매뉴얼화의 어려움, 공공부문 프로젝트에 일괄발주를 적용해 중소 IT서비스업체의 참여 차단 등 수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단돈 250달러로 시작한 '인포시스'... 한국은 모두 재벌그룹과 공기업 계열사인도의 IT서비스산업은 다양한 성장배경과 성공 모델을 가지고 있다. 타타컨설턴시서비스는 타타그룹을 배경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며, 인포시스는 7명의 엔지니어가 단돈 250달러로 시작했고, HCL테크놀로지는 차고에서 시작해 벤처 성공신화를 이룬 기업이다. 그런가 하면 위프로는 소규모 식용유 제조회사에서, 사티암은 소규모 직물과 건설업체에서 세계적인 IT서비스기업으로 각각 업종 전환에 성공한 케이스에 해당한다. 이처럼 인도에는 다양한 사업기회가 개방되어 있어 실리콘밸리 등 선진국에 진출했던 많은 수의 인도 엔지니어들이 인도로 돌아와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반면 한국 IT서비스산업은 대부분 재벌 대기업들에 의해 장악되고 있다. 장악되고 있다기보다는 모두가 다 경쟁력이 있든 없든, 사업성이 있든 없든 외부위탁이 유리하든 안 하든 관계없이 무조건 자기밥그릇 지키기를 하고 있다. 매출액 1,000억 원 이상의 상위 30여개 IT서비스업체 가운데 한국IBM과 한국후지쯔 및 한국EMC를 제외하고 모두 재벌그룹과 공기업 계열사들이며, 벤처기업으로 성장한 IT서비스업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정부정책 역시 이들 재벌대기업 중심으로 되어 있으며 자기 밥그릇 챙기기를 하는 재벌대기업들은 억지로라도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착취에 가까운 하청구조 및 불공정한 관행의 주범이 되고 있다. 그로 인해 한국에서는 인포시스나 HCL테크놀로지와 같은 성공 벤처기업의 출현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며 시간이 갈수록 기존의 중소 IT서비스업체들마저 고사 직전까지 몰리고 있다. 그로 인해 이미 수많은 고급 인력들이 IT서비스업계를 외면하고 떠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후진적인 구조적 문제점들을 하루 빨리 해결하지 않고서는 한국 IT서비스산업에 경쟁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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