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 민주당 의원이 정부의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며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2일 현재 1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남소연
2일 현재 단식 19일째를 맞은 양승조 민주당 의원(50·천안갑)의 얼굴은 까맣게 떠 있었다. 덥수룩이 자라난 수염과 삭발 후 얼마 자라지 못한 까까머리가 묘하게 대비돼 그가 곡기(穀氣)를 끊은 시간을 짐작케 했다. 초췌해진 양 의원 곁에 놓인 죽염병과 빈 물병들이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
양 의원은 지난달 15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하며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사실 양 의원은 지난 2005년 11월에도 같은 문제로 9일간 단식한 적이 있다. 당시 8.5kg 가까이 살이 빠졌던 양 의원은 이번엔 11kg 넘게 살이 빠져버렸다. 5년 전 단식 이후에도 후유증으로 체중이 다시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살이 빠진 것이라 체력적인 부담이 더 큰 상태다.
장기간 단식 농성이 진행되면서 양 의원의 건강에 대한 당 내외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07년 최장기 단식 농성을 기록한 현애자 전 민주노동당 의원의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단식 농성(27일)을 포함해 20일 넘게 단식 농성을 진행한 정치인의 수는 손에 꼽는다.
조기호 보좌관은 "당 지도부가 지난달 29일 양 의원의 단식을 만류하면서 잠시 기력을 되찾으시는 것 같았는데 어제부터 갑자기 몸이 더 안 좋아지셨다"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걱정대로 양 의원은 온풍기와 전기담요가 켜진 농성 천막 안에서도 한기를 이기지 못해 두꺼운 겨울옷과 코트를 겹쳐 입고 있었다. 양 의원은 현재 혈압은 정상 범위 안이지만 간 수치와 요산 수치가 높아져 위장약과 함께 통풍약을 복용하고 있다.
양 의원은 일단 단식 농성 최종시한을 오는 4일로 잡았다. 양 의원은 4일 민주당 대정부질문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양 의원은 장기간의 단식 농성에 대한 당 내외의 우려가 깊은 것에 대해 "이명박 정권의 오만과 독선, 일방통행식 행정에 저항하기 위해선 정상적인 의정활동만 할 수 없다"며 "현재 정부의 수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적지만 이 정권이 언제든지 상황 반전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비장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신의를 저버리는 무도한 행정에 대한 항의의 의미와 정부의 여론몰이에 흔들릴 수 있는 충남 지역민들을 다시 보듬기 위한 단식 농성"이라며 "충청도의 정치 지도자로 이 정도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지역민들이 (정치인을) 뭐로 생각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양 의원은 이어, "세종시 수정안 저지에 대한 공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나 자유선진당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공은 공대로 돌리면 된다"며 "행복도시 원안을 추진하는 것은 충청도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 차원의 이익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양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반전 위해 수단·방법 안 가릴 정권, 세종시 수정안 통과 못한다는 낙관 안 돼"- 단식 농성이 19일을 맞았다. 몸 상태는 어떠한가."11kg 정도 빠졌다. 혁대를 최대한 줄여도 맞는 옷이 없더라. 세종시 문제로 처음 단식 농성했던 지난 2005년에는 8.5kg 정도 빠졌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빠질 살이 없는지 농성기한에 비해 적게 빠졌다."
- 당 내외에서 양 의원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깊다. 같은 시기에 단식 농성을 시작한 선병렬 민주당 대전시당 위원장은 단식 농성 15일 만에 병원에 후송되지 않았나."몸이 힘들고 순간적으로 어질어질하긴 하다. 걸어 다니는 게 힘들더라. 하지만 아직 버텨서 우리 의사를 확고하게 알려야 한다. 왜 저희가 삭발과 단식을 할 수밖에 없는지 충남도민들에게 확실하게 알리기 위해서라도 일단 4일 대정부질문 때까진 버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