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브리핑실에서 교육, 과학, 산업 등 자족기능을 강화한 세종시 수정계획 최종안을 발표하고 있다.
유성호
이 같은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 대해, 재계와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막대한 분량의 땅을 헐값에 배정받고 원형지 개발에 따른 막대한 개발이익 등을 보장받은 기업들의 투자치고는 미흡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사업의 구체성이 다소 떨어지고 고용유발 효과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2조 원 넘는 돈을 넣겠다는 삼성 쪽도 전체 투자액의 절반인 1조1200억 원을 태양전지 등 차세대전지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계열사가 어떤 공장을 지을 것인지 나와있지 않다. LED조명엔진 공장 정도만 확정된 상태다. 이 역시 삼성전자가 '빛의 반도체'라며 향후 세계TV 시장을 선도하게될 'LED TV'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헬스케어 사업분야 역시 마찬가지. 차세대 사업이라지만, 전체투자 비용 가운데 7분의 1 수준인 3300억 원 정도에 고용인력도 1000명 수준이다. 대신 투자대비 고용 효과가 큰 콜센터 등이 세종시에 들어간다.
충청을 연고로 두고 있는 한화와 웅진 등도 향후 10년에 걸쳐 2조 원대에 달하는 투자를 하겠다고 밝히지만, 이들 그룹의 주력기업 공장이 이미 서산과 공주, 대전 등지에 들어서 있는데다, 고용유발 효과 역시 그리 크지 않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좀 더 구체적인 투자 계획 등이 나오면 알겠지만, 기본적으로 생명과학분야에 대한 투자와 대규모 신규고용 창출과는 일정부분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들 입장에서도 우선 투자를 발표하겠지만, 향후 기업환경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투자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세종시 입주 기업에 대한 특혜시비도 여전히 거세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땅을 재벌기업들에게 유례없이 파격적인 값으로 제공하고, 법까지 바꿔가면서 이들에게 마음대로 개발하도록 한 것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정부가 세종시를 3.3㎡당 조성하면서 들이는 값이 평균 227만 원인데 이들 기업에는 원형지 형태로 40만 원 이하로 준다"면서 "전체 대상 용지 가운데 60%를 이 같은 방식으로 공급하면, 이를 개발하는 토지주택공사입장에선 약 5조 원이 넘는 손해가 발생하며 결국 국민 혈세로 메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같은 손실을 세종시 내 상업용지를 비싸게 팔아 돈을 회수한다고 했지만, 이 역시 정부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상업지 개발이익이 나면 대개 도로 등 인프라나 공공시설 설치비용으로 쓰게 된다"면서 "결국 이 같은 돈이 빌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 혈세가 다시 들어가는 것이며, 나중에 상업지역을 비싸게 판다고 하더라도 기존 대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도 "이번에 기업에 공급하기로 한 원형지 개발 방식은 공공부문에서만 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기업 입장에선 계열사를 동원해서 하청 등을 주면서 건설비용을 줄일 것이고, 여러 생활상업시설을 지으면서 막대한 개발이익을 노릴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입장에선 전혀 손해 볼 여지가 없다"면서 "물론 이 과정에서 당초 계획한 친환경 도시보다는 난개발로 흐를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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