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경제연구소는 열린싱크탱크를 지향하며 코디네이터와 중간소매상 역할을 지향하고 있다. 사진은 시민사회경제연구소 홈페이지.
시민사회경제연구소
"우리는 신비주의 전략으로 가기로 해서 많은 얘기하면 안 되는데…." 개인적으로 상을 당한 박주현 소장을 대신해 자꾸 서태지의 90년대식 전략을 쓰려는 홍헌호 연구위원을 만났다. 인터뷰 끝 무렵 신비주의 홍 연구위원은 21세기형 노출주의로 살짝 돌아섰다.
"연구원 숫자 그런 얘기하지 말고요. 그냥 작은 연구소로만 나갔으면 좋겠어요.""재정 문제 그것도…. 어떻게든 굴러가요.(웃음)"인터뷰이가 이렇게 나올 때 인터뷰어는 당황한다. '뭘 물어보지. 그래 처음을 묻자.' 연구소의 설립과정을 물으니 홍 연구위원이 "그런 건 얘기해야 겠네"라면서 2005년 1월, 설립 당시를 설명한다.
"우리 소장님(박주현 변호사)이 20대에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인권변호사였던 고 조영래 변호사 밑에서 시민운동을 시작하셨어요. 20여 년을 하신 건데…. 그러다가 참여정부 때 국민참여수석으로 들어가셨죠." 국민참여수석비서관으로 일하면서 박 소장은 복지정책을 넘어선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수백조 원의 자원 배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다. 사실 시민운동진영에서는 복지정책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해왔지만 경제정책에는 다소 소홀한 점이 없지 않았다. 그런 문제의식 속에 박 소장은 경제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또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해온 윤종훈 기획위원(회계사), 홍헌호 연구위원 등(후에 몇 명 더 결합함)과 함께 복지정책과 경제정책을 유기적으로 통합하여 연구하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이름을 자꾸 헷갈려요. 시민사회가 경제를 연구한다고 '시민사회경제연구소'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죠."
시민경제사회연구소라는 연구소 이름은 헷갈릴지 몰라도, 사회문제에 좀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박주현', '윤종훈', '홍헌호', 이 세 이름이 결코 낯설지 않을 거다. 홍 연구위원의 말처럼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해온 것도 있지만 정부가 정책을 내면 꼭 이들의 코멘트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올해만도 부자감세, 4대강, 등록금 후불제, 기업형 수퍼마켓(SSM), 미디어법 등 정부가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이들의 날카로운 비판이 이어졌다. 정부도 이들의 비판을 함부로 무시하지 못한다. 바로 정확한 데이터를 들이대기 때문이다.
홍 연구위원은 "교수님들은 이론적인 연구를 많이 하지만 실증적인 연구를 덜 하는 경향이 있어서 우리들이 그런 연구를 많이 하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작업이 어렵지는 않단다.
"보수 쪽이 내놓은 걸 들여다보면 이 사람들이 거짓말하고 있고 잘못됐다는 게 보여요." 보고서가 매직아이도 아니고 어떻게 틀린 데이터가 그냥 보인다는 말인가. 놀라운 내공이다.
"진보진영 누구든 도와줄 준비가 돼 있다" '코디네이터', '중간소매상'.
시민경제사회연구소가 홈페이지에서 밝힌 연구소의 상이다. 홍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진보진영이 물적, 인적 토대가 굉장히 취약하잖아요. 진보진영의 중요한 정치 기반이 노동운동 세력인데 우리나라는 노조 조직률이 10% 정도에 불과해요. 워낙 레드 콤플렉스가 강하고 중소기업이 크기 전에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해서 노동운동이 활발하지 못했어요. 이 얘기는 진보진영이 쉽게 분열하면 안 된다는 뜻도 되겠죠"라고 말한다.
그래서 시민경제사회연구소는 지나치게 보수적인 정당인 한나라당이나 자유선진당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세력을 일방적으로 추종하거나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금은 포용력 있게 나간다고. 왜냐하면 진보진영이 재집권하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민경제사회연구소는 진보진영 누구든 도와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게 '코디네이터'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