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시드니 추모식을 함께 준비한 한인회와 향우회 관계자들
윤여문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적인 평화주의자 김대중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는 시드니 추모식장에는 경상도, 전라도, 함경도, 충청도가 따로 없었다. 하나된 대한민국 사람들이 너나들이로 초혼(招魂)하여 고 김대중 대통령 넋과 함께 춤추고 노래 부르면서 떠나보냈다.
10만여 명의 한국인들이 살고 있는 호주는 대한민국의 축소판 다름 아니다. 그러다보니 충청도 김씨, 경상도 박씨, 전라도 이씨, 평안도 백씨 등이 한 핏줄 되어 오순도순 살기도 하지만 가끔은 티격태격하면서 전라도니, 경상도니를 따질 때가 있다.
문제는 그런 정서가 이성을 잃고 배타적으로 변할 때다. 망국적 지역주의가 호주까지 따라와서 가뜩이나 힘든 이민생활을 더욱 피곤하게 만드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래서였을까. 2002년 호주를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은 동포간담회를 통해서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물론 친정을 잊을 수는 없지만, 자꾸 친정 쪽만 바라보면 발전도 없고 자칫 눈 밖에 납니다. 친정은 친정대로 잘 하고 있으니까, 여러분들은 호주 주류사회로 나가서 맘껏 뜻을 펼치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 모두는 한 핏줄이라는 걸 늘 기억하기 바랍니다." 그래서였을까. 23일 밤에 열린 시드니 추모식장에서는 모든 동포들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부산경남향우회'와 '경북대구향우회' '이북5도민회' 등에서 적극 동참했고, 평소에 DJ 지지자들과 서먹한 사이였던 '재향군인회 호주 지부'와 '6.25 참전협회' 등의 인사들도 다수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