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18일 밤 서울 시청광장에 마련된 김 전 대통령의 임시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분향하고 있다.
유성호
건국 60여 년에 이르는 동안 대한민국은 여러 대통령을 배출했다. 이승만에서 노무현에 이르기까지 그들 나름대로의 공과가 있었다. 하지만 '저항과 성취'라는 양면에서 DJ만한 업적을 이룬 지도자는 없다. DJ는 저항하면서도 과격해지지 않았으며 성취를 이루면서도 교만해지지 않았다. 따라서 그를 '전직 중의 하나'로 치부하는 것은 전혀 온당하지 않다고 본다.
한국인들은 제국주의 침략과 분단으로 인한 전쟁 그리고 군부독재의 시련을 겪었다. 이러는 사이 한국인들에게 '자기 것의 우월함'을 보지 못하는 경향이 생겨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백범 김구가 40년 식민지시대를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인물이라면 DJ는 60년 분단시대를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인물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이런 인물은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자주 나오는 것이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DJ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르는 것에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형평성'을 고려하여 난색을 표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구실에 불과하다고 본다. 이미 정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도사조차 '전직 대통령의 형평성'을 이유로 가로막은 바 있다. 추도사나 장례 형식처럼 개인이 주체가 되는 일에 일률적인 형평성을 따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이미 이승만· 윤보선 대통령은 유족이 원하는 대로 가족장, 최규하·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장을 치렀다. 이로 보아 전직 대통령들의 장례는 유족의 의견이 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DJ의 유족은 국장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 요구에 조금도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례도 국장으로 치러졌다. 여기에 전직과 현직의 차이를 내세우는 논리 역시 옹졸한 변명처럼 들린다.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이면 누구나 전직인 것이다. 게다가 DJ는 박정희처럼 일본군인 출신도 아니고 장기집권을 위해 독재를 하지도 않았으며 엽색 스캔들 따위도 남기지 않았다.
조갑제나 김동길 유형의 사람이 아니라면 김대중이 박정희보다 못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터이다.
DJ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인물이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그의 서거를 앞 다투어 애도하고 있다. 장례를 국장으로 치러야 외국의 공식적인 조문 사절이 올 수 있다. 또한 국민들은 이런 위대한 인물을 보내는 날 하루를 쉬면서 그를 추억하고 싶어 한다.
마침 한승수 국무총리는 "정부는 고인에 대해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어 장의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최대한의 예우란 무엇인가? 그것은 장례형식을 격상하고 유족이 소망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라고 본다. 한 총리의 발언이 식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둘째, 김정일 위원장은 조문단 보내 예를 표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