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어머니는 음식을 하면 꼭 냄새를 물어보셨다. 그 때는 이유를 몰랐다. 사진은 영화 <카모메 식당>
카모메식당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나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마음을 이심전심(以心傳心)하거나, 몸이 경직되지 않게 꾸준히 서로 격려해주면서 이신전신(以身傳身)하는 어르신들에게서는 흔히 말하는 노인냄새가 거의 없다. 땀이 마르면서 웃음짓는 어르신들의 표정은 마치 시골의 농부가 땅에 엎드려 일하다 한 번씩 허리를 펴고 바람을 열 보시기 마시면서 땀을 씻고 웃는 표정과 무척 닮았다.
비위가 유독 약한 내가 참기 어려운 냄새는, 바로 옆방 노인보호센터에서 요양보호사가 손잡고 거동을 도와주는 어떤 치매어르신이 음식을 제대로 소화를 못 시켜 다시 토한 냄새와 중풍 어르신들이 제대로 손이 말을 듣지 않거나, 어르신들의 간절한 신호를 요양보호사가 빨리 알아채지 못해 화장실에 골인하기 전에 불상사가 나는 경우이다.
우리 엄마는 외아들의 홀어머니라는 특권으로 시집살이를 혹독하게 시키시다가, 70세도 안 되었는데 치매이면서 중풍인 할머니를 오랫동안 수발했다. 나를 낳고 얼마 안 되어서 할머니가 쓰러졌는데 내 밥을 못 줘도 할머니의 밥은 자주 챙겨 먹이셔야 했고, 내 기저귀는 못 갈아주어도 벽에 똥칠을 하고 욕을 하는 할머니의 대소변은 얼른 수습하셨다고 했다. 안 하면 난리가 나서 더욱 복잡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그 지독한 냄새나는 대소변을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얼마나 잘 수습하는지 어릴 때 나는 참 신기했다. 동네사람들도 오랫동안 엄마가 그렇게 시집살이를 혹독히 시키던 시모님 병간호를 너무나도 잘한다며 효부라고 칭찬도 했다.
엄마는 음식을 참 잘 만들었다. 음식 뿐만 아니라 바느질과 뜨개질은 일가견이 있어 가난한 우리 7남매 옷들은 전부 엄마가 만드셨다. 학교 갔다 집에 오면 제일 신나는 것 중 하나가 집 안 구수한 냄새가 대문 밖까지 났다.
그렇게 대문 밖에까지 냄새가 넘쳐서
"엄마! 닭조림했어? 냄새가 너무 좋아!" 하고 말하면
엄마는 "그래? 냄새가 어떻게 나는지 이야기 해봐?" "그냥 좋은 냄새·… 구수하고 달큰하고·…" 나는 엄마가 왜 묻는지 전혀 알 수 없어 그냥 대답했다.
그러나 그렇게 요리를 잘하는 엄마지만 병이 든 시모님 수발과 많은 식구 뒤치다꺼리하느라 가끔 한약이나 부엌 음식을 태우셨다. 음식이 타는 냄새를 맡는 것도 언제나 내가 먼저 맡았고 엄마에게 "
엄마! 감자 타는 것 같은데?" 하면 엄마는 화들짝 놀라서 부엌으로 달려가셨던 경우가 자주 있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내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을 때 엄마가 오래동안 함께 지내면서 돌봐주셨다. 어느 날 아이가 장이 자주 탈이 났을 때 엄마가 물었다.
"이 똥 냄새 좀 맡아봐! 어떠니?" "엄마가 맡아보면 되잖아? 왜 맡아보라는데?""똥 냄새가 심하게 구리면 병원에 가면 되고, 아니면 그냥 애기속을 비우고 보리차를 끓여먹이면 되니까 그래!"나는 웃으면서 엄마가 직접 맡아보라고 했다. 그제야 엄마는 내게 말했다.
"
사실 나는 어릴 때 비염을 크게 앓아서 그 이후론 냄새를 못 맡는단다. 네가 청각장애인이면 엄마는 후각장애인인 셈이지 뭐!"
숲이 주는 냄새와 손주들의 살 냄새 그리워했을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