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디지털매직스페이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언론인과의 대화' 장면.
청와대브리핑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사회적 물적 토대가 약한 진보정권을 어린 과일나무에 비유했다. 그 어린 과일나무에 너무 많은 기대와 요구, "너무 많은 열매가 달리면, 죽어버린다"고 했다.
"어릴 때 우리 집에서 과수원을 했어요. 감나무도 키우고, 복숭아도 키웠는데, 열매가 많이 달리면 따냅니다, 솎아줍니다. 나무가 어릴 때 열매가 너무 많이 달리면 죽어버립니다, 말라비틀어지거나. 그러니까 그렇게 솎아줍니다. 그런데 우리는…."그는 진보진영이 "순진하다"고 했다.
"뭐 어쩔 도리가 없어요. 내가 대통령이 되었으니까, 좋은 세상이 바로 올 거라고 생각했던 순진함, 막강한 권력의 파워들을 다 저쪽에서 가지고 있는데… 그 순진함." 그리고 한숨을 쉬었다.
"우리가 이 수준 가지고 다음에도 정권을 잡겠다고 하는 게… 허망한 일이에요." 그러고 보니 서로 닮은 듯했다. 2002년 대선에서 그에게 표를 준 지지자들과 노무현 대통령은. 양쪽 다 서로, 지지하는 마음과 섭섭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그는 지지자와 진보진영의 과도한 요구, 순진함에 섭섭해하면서도 그들과 함께 만들어낸 2002년 대선 승리를 가장 보람있는 일로 여기고 있었고, 그만큼 그들에게 미안해하고 있었다.
- 지난번에 재임 중 가장 고통스러울 때는 "열린우리당이 깨질 때"라고 했는데요, 진짜 대통령 하기 참 잘했다, 이런 것을 느낀 때는 언제였습니까?"당선되었을 때입니다. 내가 당선이 안 되었더라면, 내가 그 시기에 패배했다고 가정해보면 우리 사회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지 않았겠느냐.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내 자신의 승리도 있지만, 선거의 과정과 방법에서도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선 그 자체가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 그 말은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왔다.
"내가 미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금 내가 그 당선의 의미를 충분히 살려내고 있느냐, 그 점이 큰 부담이죠. 내가 당선했을 때,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일어났던 시민들의 역동적인 결집 이런 것이 있었는데… 나는 그 사람들이 가치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구현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일 아쉬운 것은 그 사람들의 기대와 활력, 자신감 이런 것을 지금까지 유지 못 하고 온 것이 아니냐…."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승리한 것은 이례적인 사건, 특수한 조건들이 결합되어서 승리한 것입니다. 그 당시에 무슨 밑천이 있었어요? ... (이번 2007년 대선은 우리 쪽에 어려워지고 있는데) 나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그럼 어디에서 무엇을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인가? 노 대통령은 그날뿐 아니라 세 차례의 인터뷰에서 간간이 그에 대한 답을 전하고 있었다. 그것을 정리하면 이렇다.
우선 대전제는 보수-진보세력간 물적 토대의 차이라는 냉정한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우리가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도 못 풀어갈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 이후엔?
첫째, 조급주의를 버려야 한다.
노 대통령은 이런 예를 들었다.
"내가 시장에서 천원을 벌어왔는데, 왜 2천 원 못 벌어 오냐고 뺨 때리는 일이 벌어져 왔어요. 자기는 시키면 500원도 못 벌어 올 거면서. 그러면 내가 이렇게 하소연할 수밖에. 내가 그날 장에 갔더니 난장판이고, 장이 다 무너져 가지고 판때기 놓을 데도 없었는데요, 그래서 1000원밖에 못 벌었는데요?" 둘째, 당장의 유·불리를 떠나, 견해 차이를 인정하고, 대의 앞에 하나 되어야 한다.
노 대통령은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이 "(대선 직후에 치러질) 다음 국회의원 선거만 의식했기 때문에 대의를 가지고, 멀리 보고 하나가 되지 못했다"고 했다. 각자 자기들 살려고 참여정부와 노 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하거나 비판에 앞장섰다는 말일 것이다. 그는 김대중 정권 때 자신은 "(선거운동) 전 기간 동안 목에서 피가 나도록" 대의를 위해 홍보지원을 자청했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권 전 기간 동안 나는 한 번도 쉬지 않고 열 명이든 백 명이든 천 명이든 모아놓고,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김대중 정권 억울하게 언론에 당하고 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가치가 중요하다, 전략적으로 사고하자'며 정말 목에 피가 나도록 홍보하고 다녔어요. 그렇게 하면 이겨요. 그런데 비 온다고 밖에 안 나가고 바람 분다고 안 나가고 하면 이기겠습니까?""가장 큰 장애는 야당이 아닌 조중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