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저녁 서울 명동성당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한 추도미사가 열리고 있다.
선대식
20분 가량 가톨릭 성가와 성경 구절이 성당 안에 울려 퍼진 후, 강론에 나선 김병상 신부(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고문)는 "최근 몇 달 동안 김수환 추기경과 노무현 전 대통령, 두 바보가 죽음을 맞았다"며 '바보 노무현'을 추억했다.
"돈 버는 법조인이 아닌 인권변호사로 선택한 바보이며, 지역감정에 맞서 계속 낙선한 바보다. 대통령 재임 때 공안기관을 동원하지 않은 바보다. 시민들의 기본권을 확립하고 한미 관계의 균형을 위해 노력한 바보다. 퇴임 후 낙향한 바보다. 이러한 바보의 비극적인 최후는 국민과 크리스천들의 양심과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추모미사에 나선 신부들이 입은 제의의 색깔이 검은 색이 아닌 흰색이라고 김 신부는 강조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행렬을 보며, 노 전 대통령이 모든 이의 가슴 속에서 부활해 살아있음을 느껴, 신부들이 부활절에 입는 흰색 제의를 입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 국민 소통과 정치 통합을 이루려고 노력했다"고 말한 김 신부는 나머지 강론을 이명박 정부 비판으로 채웠다. 그는 "예수를 처형한 장소에 로마가 경비병을 세웠듯이 노 전 대통령 분향소에 조문 온 시민들을 전경으로 둘러쌌다, 치졸하다"며 "수구 기득권 세력의 공포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전 정권에서 임명한 사람들을 내쫓아 행정질서를 훼손했고, 안전한 쇠고기를 요구한 시민들에 물대포를 쏘았다"며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엄마들을 조사하고 협박했고, 철거민들을 불태워 죽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신부는 보수 언론을 두고 "수구 언론이 앞장서서 국민분열을 주도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검찰에 대해서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검찰 때문이라는 게 전 국민의 생각"이라며 "검찰이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수천억원을 받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불기소 처분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20억명의 크리스천들의 기도문에는 예수를 죽인 로마인 정치가가 나온다, 인류 역사가 끝날 때까지 그 이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기획수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을 죽였다는 사실 역시 몇 백 년 동안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를 빼앗기고 나니, 당신의 위대함이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