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
"그게 원칙이니까요."
이야기 도중 노 전 대통령은 "정치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허탈하고 쓸쓸한 심정을 들어내기도 했다. 그 말뜻을 헤아릴 것 같았다. 우리 사회는 너무 박수가 부족하다. 그래서 말했다.
"그간 큰일 하셨지요. 지금도 고향에 돌아와 유기농 마을 만들기로 중요한 일을 하시고요. 그런 대통령님의 모습은 내가 있던 작은 농업학교 학생들에게 희망이고, 유기농민들에게 용기를 주지요. 모두 말하는 지속가능사회로 나가는 길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후루노씨에게 "일본에 퇴임 후 농사짓는 정치지도자가 있느냐"고, 노 전 대통령 들으라고 두 번 물었다. 두 번 없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얼굴에 빙그레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말했다.
"잘해 보입시다."
봉하마을, 농촌의 희망으로 거듭나길 "원칙이니까 지킨다는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오늘 아침 후루노씨가 장거리 전화로 애도를 전해왔다. 전 국민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나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애석하고 안타깝다. 대법원 앞에 균형 잡힌 저울을 들고 선 정의의 여신상을 생각하고, 미국 현 대통령이 전임자와 정책이 달라도 예의를 지키는 어른스런 모습이 부럽다.
"정말 동포끼리 왜 이러느냐?" 마른하늘에서 천둥같은 소리가 들린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정치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하였으나, 정치는 먹을거리 등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끼니마다 무심코 대하는 먹을거리가 신자유주의와 영혼 없는 성장과 맞닿아 있다. 이젠 어린 여학생까지 다 알게 되었다. 촛불은 모든 국민의 '유레카' 신호다.
그러나 알기만 해선 안 된다. 대안이 있어야 한다. 대안은 지역 소농이 협력해 유기농으로 농축수임업과 유통, 가공, 에너지, 지역산업까지 지역을 자립, 자치, 협동의 가치로 채우는 것이다. 그리고 도시 소비자들과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려면 모두 공부하고 토론하고 연대해야 한다. 협동해야 한다. 학교도 지역도 학습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학습과 토론의 결과를 투표로 연결해야 한다. 이제 눈물을 훔치고 마음의 분향소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그들'에게 든 촛불을 '우리' 앞길을 밝히는 촛불로 바꾸어 들 것을 생각해야 한다.
봉하 마을을 둘러친 봉화산은 국난 때 봉화를 올리던 산이다. 봉하리는 봉화산 아래 있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라 한다. 산에는 부엉이 바위, 사자 바위가 있다. 호손의 '큰 바위 얼굴'처럼, 노 전 대통령은 그 바위 아래 유년시절을 지나고, 청운의 꿈을 펼쳤고, 비극적인 생을 마감하였다. 국립묘지가 아니라, 마을이 보이는 그 산 아래 묘소를 정한 것은 정말 잘 했다. 거기서 고향마을을 가꾸던 그의 유지를 지켜보게 해야 한다.
물고기도 논으로 돌아오는데, 배운 사람들이 농촌과 지역을 헌신짝처럼 버린 게, 모든 문제가 삐걱거리는 원인임을 깨달아야 한다. 국민장이 엄수된 뒤에도 봉하 마을이 한국의 농촌과 지역, 지속가능사회의 희망의 봉화가 타오르는 현장이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홍순명 기자는 전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장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공유하기
노무현이 밝힌 오리농업 철학, 아직도 생생하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