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화시범아파트가 건물 안전 검사에서 'E등급'을 받았지만 관련 대책은 모호하기만 하다.
곽진성
이제 많은 것이 변해버린 냉천동, 하지만 저는 마지막 기력을 다해 버티고 있습니다. 몸이 쇠해 몇 번이나 정신을 잃을 뻔했지만 간신히 버텨냈습니다. 누군가는 묻더군요? 왜 아직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느냐고 말이죠. 제가 육중한 몸을 감당하며 남아 있는 이유는 입주민들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총 69세대인 금화시범아파트 3동과 4동에는 아직까지 30세대 정도의 입주민(세입자)들이 살고 있습니다. 제가 무너지면 그들이 위험해집니다. 입주민들만 무사히 이주한다면 전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 텐데 말이죠.
2007년 7월 27일. 이날은 제게 잊지 못하는 날입니다. 건물 안전 검사에서 최악의 등급인 'E등급'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E등급은 '시설물 사용을 금지하고 개축'해야 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제게는 일종의 사망 선고와 같은 것이지요.
그렇기에 즉각 사용이 중지되어야 했지만 금화시범아파트는 입주민들의 사유재산인 것을 이유로 서대문구청과 서울시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습니다. 보수나 보강 같은 수술도 생각해 보았지만 경제성이 없다는 말을 듣고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제 마지막 바람은 보상 협의가 원만히 이루어져서 마음 편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입니다.
사실 몇 년 전에 해결의 실마리는 있었습니다. 냉천동 지역 주거환경개선 사업으로 저와 3동이 그 범위에 속한다 했을 때만 해도 이제 문제가 해결되겠구나 하고 한시름을 놓았죠. 제가 사라진 자리에는 녹지공간이 생긴다고 하니 얼씨구나 하고 좋아했죠. 하지만 보상금 액수를 놓고 아파트 입주민들과 서울시 간에 갈등이 생겼고 급기야 저와 3동은 주거 환경 개선 혜택에서 제외되는 불운을 겪고 말았습니다. 결국 철거는 없던 일이 되고 말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