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보던 용맹하고 날렵한 멋진 개는 자전거 위에서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김종성
1. 자전거 주행 중 부근에 끈 풀린 개를 발견 했을때 자전거 여행 중 가까이에 큰 개가 보이면 묶여있나 풀려 있나를 먼저 확인하는게 좋습니다. 만약 끈이 풀려 있는 개라면 개 주인을 원망하면서 일단 자전거에서 내립니다.
끈 풀린 개가 먼저 나를 발견하고 짖거나 경계하며 접근하고 있으면 마치 다른 볼일이 있는 것처럼 시선을 다른데 두고 무심하게 서있으면 됩니다. 그러면 개는 더 이상 가까이 오지 않고 일정 거리를 유지한채 경계태세을 유지하다가 뭐 별거 아니네 하고 관심을 돌릴때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제 길을 걸어가면 안전합니다.
대부분의 개들에게는 자기를 피해 달려가는 사물을 무조건 쫓아가려는 추격 혹은 사냥 본능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리 크지 않은 두 바퀴의 자전거가 휙 달려 지나치면 자기를 피해 도망가는 적이나 사냥감으로 알고 짖으며 쫓아오는 것이지요.
끈풀린 개를 먼저 발견했을 때에도 개의 공격본능을 자극하게 하는 쭈볏쭈볏 두려운 몸짓을 보이거나, 개의 눈을 쳐다보지말고 (괜한 눈싸움은 개가 경계심을 갖게 합니다) 개의 존재를 무시하는 척 하며 천천히 침착하게 자전거 핸들을 잡고 걸어 가면 됩니다.
2. 자전거 주행 중 끈풀린 개가 한마리 이상 나와서 쫓아올때이런 경우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자전거 여행자들은 페달아 날 살려라 하며 미친듯이 달려 도망칩니다. 등뒤로 개 특유의 으르렁 거리는 소리와 짖는 소리가 섞여 들리면 그만 뒷골이 오싹하지요. 제 생애 최고의 자전거 속도가 나오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쫓아오는 개가 무서워 그렇게 몇십미터를 초인적으로 달리다보면 어느새 개들이 저만치 멀어집니다. 경계의 대상이 어느 정도 도망가면 자기 구역 이상은 쫓아오지 않는 본능때문이라네요.
이 경우 주로 발생하는 자전거 사고는 쫓아오는 개들 때문이 아니라 이성을 잃고 페달질을 하다가 길가의 장애물에 부딪치거나 차량들과 나는 사고입니다. 개들이 큰소리로 짖으며 쫓아오는 소리가 앞이나 뒤에서 보이고 들리면, 누구나 공포에 휩싸여 평소의 주의력을 잃은채 개들에게서 벗어나고자 그저 도망치기에만 바쁘게 되니까요.
저도 제주도 해안도로를 달리다 만난 서너마리의 끈풀린 개들의 추격을 피해 정신없이 도망가다보니 해안도로 차길을 역주행하고 있더라고요. 어차피 오십여미터 정도를 빠르게 달리면 더 이상 쫗아오지 않으니 개들의 으르렁거리는 위협적인 소리가 들려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전방의 장애물이나 차량들에 주의하며 페달을 열심히 밟으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