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으로 탔던 봉고입니다. 목회하며 봉고차 때문에 웃고 울고... 참으로 진한 추억들이 봉고에 묻어 있습니다. 봉고차 타는 게 죄는 아닌데...
김학현
운전하는 차종에 따라 사람 가치가 결정되고 대우가 달라지는 것은 어찌 보면 흔한 이야기죠. 낭비인 줄 알면서도 자꾸 중형차 타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경차를 타면 도무지 사람 대접 안해 준다고 하소연하는 경우도 자주 봅니다. 차종이 정말 사람 가치를 결정하도록 내버려둬도 되는 걸까요?
1975년 봉고차가 나오자 교회들은 앞다투어 그 차를 구입했습니다. 70~80년대에 봉고차가 엄청 유행했습니다. 지금도 승합차를 '봉고차'라고 하는 것은 그때 시작된 말이죠.
1999년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현재의 제도를 내놓기 전까지 승합차는 고속도로에서 1차선에도 못 들어가고 시속 80㎞ 넘게 달릴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옆구리에 큼지막하게 교회 이름을 적고 달리는 기분이란…. 지금 생각하면 참 촌스런 풍경이지요. 지금은 승합차 옆구리에 상호를 적은 차를 만나기가 흔치 않습니다. 승합차 타던 때 겪었던 아픈 기억을 풀어놓아 보려고요.
승합차는 호텔 앞에 세우면 안 된다?사람들은 차를 끌고온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끌고 온 차를 보고 사람을 판단할 때가 잦습니다. 10여 년 전 서울에서 목회할 때입니다. 거의 호텔에 갈 이유가 없지만 그 날따라 강남 P호텔에서 모임이 있다는 전화 통지를 받았습니다.
가지 않을 수 없는 모임이라 승합차를 끌고 갔습니다. 며칠째 때 아닌 부슬비가 내렸습니다. 전날도 승합차를 타고 목회 일로 분주했던 터라 차는 더럽기 짝이 없었고요. 저는 평소에도 그렇게 차를 깔끔하게 닦고 다니는 성격이 아닙니다. 며칠째 비가 왔으니 제가 봐도 승합차는 그리 깨끗하지 못했습니다.
약속 시간은 되도록 지키는 게 소신이어서 그날도 빠듯하긴 하지만 약속 시간에 P호텔로 갔습니다. 호텔 정문 앞쪽에 다행스럽게도 빈 주차공간이 눈에 띄는 게 아니겠어요. 잽싸게 차를 빈 공간에 대고 나오려는데 정문에 서있던 호텔 안내원이 달려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손을 휘휘 두르며 신경질적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저씨! 봉고차를 호텔 앞에 세우면 어떡하라는 겁니까? 빨리 차 빼세요.""어? 여기 주차장 아니에요? 호텔에 볼일이 있어 왔는데….""글쎄, 안 돼요. 저쪽으로 갔다 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