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에 떨어진 낙엽계곡에 떨어진 낙엽
김강임
소풍에 대한 향수 그런데 그 선생님, 노래도 잘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가을 소풍 때였습니다. 요즘 소풍은 체험학습이다 환경체험이다 해서 트레킹이나 산행이지만, 당시 우리들 소풍은 참으로 아기자기 했었습니다.
대형버스 타고 코스 한번 돌고 도시락 까먹고 돌아오는 체험학습과는 달리, 먼 길을 걸어서 소풍지에 도착하여 수건돌리기나 노래자랑, 장기자랑을 했지요. 수건돌리기에서 걸린 사람은 여지없이 노래를 불러야만 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전교생이 모인 앞에서 하는 장기자랑 시간이었는데, 그때 장기자랑 순서에는 선생님들의 노래를 들어보는 코너가 있었지요.
담임 선생님의 '산장의 여인' 앵콜 이어져물론 학교에서 인기를 누리는 선생님들에겐 앙코르 박수가 이어지기도 했었지요. 우리 반 담임선생님 역시 소풍가면 학생들에게 주목받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때마다 블렀던 노래는 '산장의 여인'이었습니다.
아마 요즘 소풍가서 선생님께서 '산장의 여인'을 불렀다면 야유를 보낼게 뻔하겠지요. 하지만 당시 소풍가서 자주 부르는 노래는 주로 가곡이었습니다.
노랫말도 모르고 동경했던 여중생 마음 가을 소풍날 담임선생님께서 전교생 앞에서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하고 첫 마디를 부르면 전교생들은 '와----'하고 박수를 보냈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니, '산장의 여인'이란 노래보다 인기 있는 선생님에 대한 동경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나이 40을 넘기신 미남 선생님이 부르는 노래는 지금으로 말하면 신세대 가수 노래 같았다고나 할까요. 그 후로 선생님의 18번은 '산장의 여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