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잡으러 나간다처량한 울음 끝에 지친 돼지.
문종성
이거 또 지난번처럼 사라진 걸로 난리치는 건 아닌지. 뒤따라오는 오토바이 운전자도 그런 친구는 못 봤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데 또다른 트럭기사는 한 동양청년을 봤다고 한다. 자신은 길을 힘겹게 헤치고 가는 친구를 분명 보았노라고 자신있게 대답했다. 헷갈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제대로 본거야 만 거야? 내 뒤에 있는 거야, 내 앞으로 이미 지나친 거야?
이젠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뜨거운 한숨을 토해내며 체념한 채 휴식을 취하고 비도 피할 겸 정류장으로 들어갔다. 이제 모든 것은 하늘에 맡길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미련에 신호로 멈춘 차에 물어보니 확실히 자전거 여행자는, 그것도 동양인은 눈에 보이지도 않더란다. 허허 웃을 수밖에 없었다. 다 큰 성인인데 J 혼자 어련히 잘 하리라 생각하고는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노력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비가 그칠 때쯤 저 멀리서 웬 지프차가 오더니 내 앞에 멈춰 섰다. 그런데 조수석을 본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형! 저예요!"J가 날 보고 환하게 웃는 것이다. 도대체 어찌된 영문이지? 그렇게 이를 드러내며 웃는 얼굴을 보니 내내 기다렸다고 화도 못내고, 또 나 때문에 엇갈려 그도 고생했나 싶어 미안하기도 했다.
"형, 사실은 오다가 펑크가 나 버렸어요. 이미 형은 저 멀리 가 버렸는데 펑크 수리할 공구도 형에게 다 있잖아요. 어찌할 바를 몰라 망연자실했는데 갑자기 비까지 오는 거예요."J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자신이 늦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신 때문에 걱정했을 내게 미안한 표정이었다. J의 자전거 바퀴를 빼내 펑크난 부분을 수리하며 계속 녀석의 얘기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