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을 앞둔 지난 1월 27일 뉴욕 맨해튼 34가에서 진행된 오바마 후보 지지 가두행진.
강이종행
그러면서, 오바마 캠프가 엄청난 양의 새로운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브래들리 효과를 상쇄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동안 미국 선거 시스템에서 소외되어왔던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선거에 참여시키려는 것에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새로운 유권자로 분류되는 사람들로는 18세가 되어 처음으로 선거를 할 수 있게 된 사람들, 저소득 저학력의 흑인들 그리고 젊은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떤가? 지난 10월 6일 <폴리티코>에서는 오바마 캠프가 흑인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얼마나 '표나지 않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다뤘다. 오바마 캠프는 흑인 청취자들이 주로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나 Jay-Z 같은 유명 흑인 레퍼, 흑인들이 주로 가는 이발소와 미장원 등을 이용해서 선거 등록 운동을 벌이고, 이들이 오바마를 찍을 수 있도록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가 흑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행사에 참석하는 일은 거의 없고, 흑인들만을 타깃으로 하는 TV 광고를 제작, 방송하지도 않는다. 매스 미디어를 활용하는 선거 운동은 백인 인구가 압도적인 경합지역(swing states)에 집중적으로 하고, 흑인 유권자들에게는 선거 운동원들이 직접 현장에서 선거 등록과 득표 활동을 벌인다. 일종의 '맞춤형' 선거 운동을 벌이는 것이다.
이 같은 맞춤형 선거운동은 다름 아닌 오바마 본인과 선대 본부장 데이비드 액셀로드에 의해서 고안, 진행된 것이다. 미국의 인종 문제와 정치 간의 복잡 미묘한 역학 관계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전문가들이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시카고 지역활동가(community organizer) 시절부터 거리에서 유권자들-특히 흑인 유권자들-과 몸을 부딪혀가며 선거 등록 운동을 벌인 것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었고, 액셀로드는 여러 명의 흑인 시장과 최근에는 메사추세츠 주 최초의 흑인 주지사를 당선시킨 바 있다.
오바마 선거 전략 : 선거 참여를 통해 미국 유권자 지도 바꾸기일반적으로 오바마를 하루 아침에 나타난 신성처럼, 또는 대규모 관중을 상대로 고무적 연설을 하는 록스타처럼 보는 경향이 적지 않지만, 사실 그의 선거 운동 방식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현장 중심의 철저한 상향식(Bottom-up)으로, 선거 구역을 블럭 단위로 세분화해서 밑바닥부터 표심을 발로 뛰어 긁어모으는 데 있다. TV 대통령 후보 토론회나 미디어를 통한 이미지 대결도 중요하지만, 가능한 많은 현장 운동원을 동원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선거에 참여시키는 것이 오바마 선거 운동의 핵심이다.
10일, 오하이오의 한 선거 운동원 교육 현장에서 오바마가 지적했듯이, 민주당 경선 과정을 통해서는 "오바마 조직"이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했었다면, 대통령 본선 과정에서는 이 조직의 선거 운동이 미국의 유권자 지도를 얼마 만큼 바꿀 수 있는지 테스트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미국 시민인 이상 18세 이상이면 성별과 인종을 불문하고 투표권이 생기지만, 거주하고 있는 주의 법에 따라 개인이 별도로 선거 등록을 하지 않는 이상 투표를 할 수 없다. 18살이 되었다고 내 이름이 자동으로 선거인 명부에 등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동안의 선거에서는 많은 사람들, 특히 노약자와 저학력 저소득 계층,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이들이 자의·타의에 의해 투표 활동에서 제외되어 왔다. 오바마 캠프의 핵심 선거 전략 중 하나는 바로 이 '소외 계층', 특히 흑인들과 젊은이들을 미국의 선거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또한 이른바 경합지역(Swing States)로 분류되는 지역의 유권자들에게는 '각별한' 방식으로 선거 운동을 벌이는데, 11일 <뉴욕 타임스>는 그것을 자세하게 다룬 적이 있다. 2000년, 2004년 부시를 당선시켰던 공화당의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시킨 것으로, 오바마 캠프는 특정 지역의 유권자 성향을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한다.
가령, 어떤 잡지를 구독하고 어떤 브랜드의 자동차를 모는지, 어떤 가게에서 주로 쇼핑을 하고, 소득은 얼마며 통근 방식은 어떤지, 또한 지역 단계에서 치러진 각종 선거 결과 등을 수집, 시카고에 있는 오바마의 메인 본부에서 그 내용을 분석한다. 분석된 내용은 그 주에 맡는 전략으로 재구성되어 지역의 선거 사무소로 일제히 내려보내진다.
지역 선거 사무소에서는 일일히 바코드화된 유권자 명단을 현장에서 뛰는 선거 운동원들에게 주고, 운동원들은 직접 유권자의 집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통해서 실제로 그들이 오바마를 지지하는지, 시카고에서 분석된 내용과 예측된 유권자의 성향이 맞는지를 확인, 결과 내용을 컴퓨터에 재입력한다.
확인된 결과 실제 오바마의 강력한 지지자라면 1번, 매케인의 열혈 지지자라면 5번, 나머지는 정도에 따라 2~4번으로 분류하고, 선거일까지 2~4번대의 유권자들을 집중 공략하게 된다. 1번으로 분류된 유권자라 하더라도 아직 투표를 해 본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지속적인 전화와 방문, 선전물 등을 통해 실제 선거장에서 오바마를 찍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같은 방식의 선거 운동은 매우 많은 비용을 전제로 하지만, 선거 자금 모금액 기록을 수차례 갱신해 온 오바마 캠프의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있는 선거 전략이다. 매케인과는 달리 오바마는 연방 정부로부터 8400만 달러의 선거 보조금을 받지 않기로 했고, 대신 개인 후원자들로부터 무제한으로 자금 지원을 받고 또한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매케인의 경우 9월 5일 이후부터는 일반 후원자들로부터 직접 선거 자금을 기부받을 수 없고, 대신 공화당이 당 차원에서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