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가 차백성씨
김현자
- 2000년, 자전거 여행가를 자처하며 어느 날 갑자기 직장을 그만 두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그는 51년생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중에도 자전거를 계속 탔고 동호회 활동을 계속 했었다. 자전거 여행가가 되겠다고 입버릇처럼 자주 말했다. 때문인지 뜻을 비치자 아내나 아이들은 가족들을 위해 25년간 일했으니 하고 싶은 것 원 없이 해보라며 등을 떠밀었다. 당시 아내는 조그만 것을 꾸리고 있었지만 가정살림에 전적으로 보탬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니 나름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선뜻 나설 수 있게 등을 떠밀어준 아내와 10여 년 동안 자전거와 함께 있는 나를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많다."
-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선택함이 개인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다."자전거 여행은 10살 남짓부터 꿈꾸던 것이었다.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 하나를 가지려면 하나를 버려야만 한다. 집 늘리고 아이들 키워 결혼까지 시키는 등 일반적인 부모의 책임을 다했다 싶으면 이미 상당한 나이에 이른다. 무엇을 시작하기에는 늦은 나이가 된다. 무언가 조금 빠르다 싶을 때, 아직 좀 부족하다 싶을 때 시작하거나 가고 싶은 길을 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선택한 길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책 뒤에 김세환씨(가수)나 김병후씨(신경정신과 전문의)등의 추천의 말이 있던데?"이분들은 자전거를 상당히 오래 탄 마니아들이다. 매주 자전거를 앞세워 만나는 <한 시 반 클럽> 회원이기도 하다." (한 시 반 클럽? 이름이 재미있다고 했더니 점심을 먹고 만나기 딱 좋은 시간이 '한 시 반!' 그래서 붙인 이름이라고)
- 자전거 여행가라고 자타가 공인한다고 들었다. 1년에 자전거는 평균 며칠을 타는가?"자전거 여행가라는 말은 내가 처음 쓰기 시작했다. 내 스스로 자전거 여행가 시조를 자처한다. 자전거 여행가라는 말에는 자신만을 위한 자전거 여행이 아닌 남들에게 어떤 정보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의미가 더 강하게 들어 있다. 이것은 내가 자전거 여행을 지속하는 목적이나 의미,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해외여행을 하지 않는 때도 일상이나 국내 여행 시 언제나 자전거를 이용한다. 때문에 1년에 며칠이라고 말하긴 그렇다. 자전거 특성상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없는 한겨울에는 주로 도보 여행을 한다."
- 그동안 탓 던 자전거는 몇 대? 첫 번째 미국 여행에서 "자전거는 절대 안에 들여올 수 없다"는 숙소 주인에게 "마누라와 같은 자전거를 밖에 두고는 절대 잠을 잘 수 없다"고 우긴 그 자전거는 얼마짜리인가?"현재 가자고 있는 자전거는 5대이다. 둘 자리가 마땅하지 않아 일부는 해체하여 보관하고 있다. 그동안 내가 탔던 자전거는 수 십대. 언젠가 세어보니 50대 가량이었다. 내가 자전거 박물관을 세울 여력은 못되고 그동안 탔던 자전거들을 자전거 박물관(상주시)에 기증할 꿈을 가지고 있다. 책속 그 자전거는 300만 원짜리이다. 초보자들이 주로 자전거 값을 궁금해 하고 묻는다(웃음) 자전거를 탄다는 자체, 자전거를 타는 정신이 중요하지 얼마짜리를 타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자전거 값을 자꾸 따지다보면 자전거가 위축된다. 기록을 달성한다든지 등의 특별한 목적이 아니라면 보통 자전거는 30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비싼 자전거는 해외여행에서 도리어 위험한 상황을 부르기도 한다."
- 책을 읽는 동안 '어? 자전거 여행기가 이렇게 역사에 해박할 수 있어?'(웃음) 할 만큼 책을 통해 미국 역사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책도 상당히 많이 읽으시는 것 같다."자전거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좋은 점은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다는 거다. 물론 딱 한권만 신중하게 선택해 가져간다.(여행 중 책을 몇 권이나 가져가는가? 질문에) 매일 100킬로미터 이상, 8시간에서 10시간을 페달을 밟는다. 때문에 책을 읽긴 힘들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정보가 담긴 책자를 비롯하여 그 나라의 문화, 풍습, 역사 관련 단행본 등 다양한 책들을 읽는다. 그리하여 그 나라, 그 지역에 맞는 여행 주제를 정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여행지를 미리 공부하거나 주제를 정하면 훨씬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다."
- 원래 여행가가 꿈이었는가? 그동안 자전거로 여행한 나라들은? 자전거 여행 초보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나라는?"중학생 때 김찬삼씨의 여행기에 푹 빠졌다. 그때 마침 자전거를 갖는 행운까지 생겼다. 한 학교에 자전거를 가진 학생이 10명도 안될 만큼 자전거가 귀한 때였다. 그때 불현듯 생각했다. ‘김찬삼씨가 배낭여행을 하는 곳들을 난 자전거로 여행하리라!’ 얼마 뒤 여름방학 때, 어른들의 반대를 뿌리치고 서울에서 대구까지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물론 성공해 주변을 떠들썩하게 했다. 당시로선 큰 사건이었다. 그때부터 이미 나의 역마살 DNA는 싹트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20개국을 자전거로 여행했다. 미국처럼 3차례 여행한 곳도 있다. 초보자들은 여러 나라의 다양한 풍경과 문화 등을 만날 수 있는 유럽이 좋다."
- 최근 자전거 인구가 많이 늘었다. 자전거 여행가, 자전거 전문가로서 한마디 한다면?"최근 자전거 인구가 급속하게 늘고 자전거 시장도 발달해 좋다. 이제는 양적인 발전보다는 질적인 발전을 해야 할 때다. 1년에 자전거 사고로 70명가량이 죽고 1500명 정도가 회복할 수 없는 심한 부상을 입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잘못 보다는 다른 사람, 즉 오토바이나 자동차에 희생되는 경우다. 미국이나 일본 등 자전거 선진국에 비해 자전거 문화나 관련 보호법이 상당히 미흡하다. 하루빨리 실속 있는 자전거 관련법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국가의 자전거 관련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자전거 사용자들 스스로의 안전 장비를 갖춘다든지 눈에 잘 띄는 옷을 입는 등의 안전 확보나 자전거 예절 지키기다. 자전거 선진화에 일조하는 마음으로 이 책에 터널 통과 방법 등 자전거 사용자나 여행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을 의도적으로 좀 많이 넣었다.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 앞으로의 계획은?"김찬삼씨의 여행기는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내게 나이는, 좋은 것을 나만 알고 즐긴다던지 나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많이 주는 것이다. 오염된 지구 환경의 대안은 자전거다. 일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탄다고 금방 눈에 띄게 지구 환경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전거 사용자들이 늘고 지속됨에 따라 보이지 않게 지구 한경은 깨끗해질 것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성과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들이다. 그동안 내가 자전거 여행가로 터득한 것들을 가급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그동안 월간 자전거 생활에 자전거 여행기를 써왔으며 계속 연재하고 있다. 여행기를 책으로 내자는 제안도 많았는데 자전거 여행 한다고 바빠 원고를 정리할 겨를이 없어 <아메리카 로드>가 첫 책이다. 이제는 국내 여행을 하는 틈틈 그간의 글들을 정리, 자전거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