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브길을 넘지 않고서는 안데스를 넘을 수 없다.
박정규
29커브길을 모두 오르자, 다시 마을로 향하는 오르막이 시작된다. 헉! 선택의 여지가 없다. 또 올라가는 거지! 가자! 마음을 다져먹고 다시 페달을 밟은 지 1분도 되지 않아서 수상한 남자 발견!
승용차를 세우고 눈 속에서 뭔가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다. '설마 눈사람?'
"아저씨, 뭐 해요?"
짧은 스포츠 머리에 검은 선글라스를 쓴 40대 초반 아저씨가 웃으며 눈 속에서 뭔가를 쑤-욱 뽑아들며 돌아섰다. '어! 오른손에는 술병, 왼손에는 술잔!' '이런! 낭만적인 아저씨 같으니라고!
"자네도 한 잔 받게나!"
"네, 감사합니다."
"한잔 더~"
그는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아내와 여행하다가 지금 칠레의 산티아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안데스와 이별주'를 하는 거였다.
"나중에 상파울로 오면 연락하게나, 점심이나 같이 하세~"
"네, 몇 달후에 봬요~"
뭐든 한번에 비워야 하는 줄 알고서 주는 술을 두 잔이나 벌컥벌컥 들이켰더니 오르막이 흔들흔들 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