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기사단 표지(blog.naver.com/yang3965)
진이의 날자 우리만화 블로그
이른바 '추억의 만화'에서 김형배 만화가의 작품은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우선 작품 소재 자체가 남자아이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을 만했다. 1980년대를 대표하는 SF만화가 그리고 군사만화가. 그 때 그 시절, '김형배'는 남자아이들이 갖게 마련인 우주나 무기에 대한 '로망'을 채워준 이름이었다.
공상과학만화 중에서는 <태권브이> 시리즈가 먼저 떠오른다. 물론 <황금날개>의 포스도 만만치 않다. 황금날개 2호 검은 표범 그리고 3호 청동거인. 참 많은 남자아이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캐릭터들이다. 아직도 인터넷 상에는 <태권브이>와 <황금날개>의 전설이 꽤 떠돌고 있다.
군사만화 중에서는 1979년부터 1982년까지 어린이 잡지 <새소년>에 연재됐던 <20세기 기사단>이 먼저 떠오른다. 특히 어문각에서 출판하고 클로버문고를 통해 나왔던 단행본 시리즈는 남자아이들 사이에서는 '필독서'라 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이분법적 구도로 '맛'이 달아나는 듯하지만"20년이 지난 요즘도 나는 가끔, 당시 이 만화를 읽었던 독자들을 거리나 술집, 강의실, 사인회장 등에서 만나고는 했다. 물론, 그들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각자의 몫을 훌륭하게 담당하고 있는 성년이 된 지 오래지만, 나에게 말을 건네 올 때면 한결같이 20여 년 전의 그 동심 어린 미소를 띄운다. 훈이와 보라는 아직도 잘 있나요? 그때 자스민은 왜 죽게 내버려두셨나요? 라든가 혹은, 이 만화를 보고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을 했다든가 하며…그럴 때면, 나 역시 기억 저편에 아스라이 자리잡고 있던 장면을 떠올려 화답하며, 만화라는 매체가 갖고 있는 힘이 참으로 대단함을 새삼 느끼곤 한다. - 2002년 7월 3일 김형배, 20세기 기사단 복간에 붙이는 글그러나 마냥 "동심 어린 미소"를 띨 수 없는 대목도 있다. "1900년대 말쯤 지구상에서 공산주의자들이 완전히 멸망했을 때, 그 분신들이 범죄 단체 스펙터를 조직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자유국가들이 함께 설립한 20세기 기사단"이란 도입부에서 엄혹했던 냉전시대가 곱씹힌다.
김형배 만화가의 작품을 두고 "냉전적 세계관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거나 베트남전을 그린 만화 <투이호아 블루스> 등에 대해서도 "비판 대상은 막연한 전쟁의 참혹함이지 미국의 패권주의 같은 것이 아니다"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도 김형배 만화가의 작품이 그리운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