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과곡분교에서 제일 잘나가는 자전거 삼총사!학교로 향하는 길에서 혜진이 삼남매가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둘째 한정운, 막내 한혜진, 첫째 한혜정
이슬기
본교보다 좋은 점은 오랜 역사 뿐만이 아니다
학교 구경 한번 시켜달라는 말에 삼남매는 어디론가 말없이 사라지더니 각자 자전거를 한 대씩 끌고 나온다. 처음 만났을 때 수줍어 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논두렁 길을 따라 신나게 '밟는' 모습이 다들 숨겨둔 끼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들의 '질주하는 열정'을 바쁜 걸음걸이로 간신히 쫓아 도착한 과곡분교에는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3명의 교사가 모두 학교에 출근해 있었다.
"방학인데 어떤 일로 학교에 출근하셨는지"를 묻는 질문에 과곡분교 분교장 손정용(56) 선생님은 "이렇게 학교에 나와 있는게 낙입니다, 그렇다고 매일 다 나오는 건 아니고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미니학교에서 과연 학생들이 부족함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질 수 있을까. 선생님들의 열정과 애교심이 대단하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분명히 모자란 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런 걱정을 조심스럽게 분교장 선생님에게 전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부족한 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본교에서 매일 추진해 오는 급식이 그렇죠. 하지만 교각분교에는 학생들을 위해 생각보다 다양한 여건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실은 언제든 개방되어 있으며 학생 수에 비해 다양하고 많은 책들이 구비되어 있다고 한다. 거기에다 학생 수가 많지 않은 만큼 학생들에 대한 선생님들의 세심한 지도도 가능하다.
흥미로운 점은 세 남매의 '애교심' 뒤에는 바로 '컴퓨터'가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본교에는 많은 학생 수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가 적은 반면에 교각분교에서는 학생들이 원하는 만큼 마음껏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 혜진이가 교각분교를 선택한 이유에는 그러한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교장 선생님의 재미난 '분석'이다.
독서실 한쪽 면에 걸려 있는 칠판에는 '금년 목표량'이라는 제목 아래 한자며 워드 자격증 관련 계획이 적혀있다. 자격증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냐는 질문에 선생님은 학교 차원에서 적극 권장하고 있다면서 "경쟁이 없어 자칫 나태해 지기 쉬운 소규모 학교 환경에서 자격증은 학생들의 도전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