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옥성면 옥관2리 김명돈(78)할아버지"지팡이는 본디 자식이 해주는 게 아니여. 그래서 내가 만들었지." 하시면서 손수 만든 지팡이를 짚고 계셨어요. 한 평생 산골에서 농사 지으며 살아왔는데, 몸이 아파서 할머니가 온 살림을 떠맡았다고 무척 미안해 하셨지요. 할아버지 몸 튼튼하게 보살피셔요.
손현희
김명돈(78) 할아버지는 한 마을이 모두 일곱 집밖에 없는 구미시 옥성면 옥관2리(중말)에서 터 잡고 살아온 지 벌써 예순 해가 넘었다고 해요. 여기에서 이치분(74)할머니를 만나 장가들고 온 삶을 살아온 토박이 어르신이지요. 여느 시골처럼 농사를 지으면서 터를 부지런하게 가꾸고, 4남3녀 자식농사까지 남부럽지 않게 지으셨어요. 지금은 자식들이 모두 도시로 나가 살지만, 틈틈이 부모님을 찾아와서 기쁘게 해드린다고 했지요.
조용한 산골마을에서 있으면 있는 데로, 없으면 없는 데로 큰 욕심 없이 살아오셨는데, 그만 지난 2006년에 병이 나서 허리도 제대로 못쓰고 다리도 많이 아프다고 하셨어요. 지금까지 할머니와 함께 농사일을 하면서 부지런하게 살았지만, 병이 난 뒤로 몸이 아파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 할머니한테 매우 미안하게 여기셨답니다.
“내 죽어도 울 할무이한테 공을 다 못 갚지!” 하시면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걸 보니, 할아버지 마음이 어떨지 알만했어요. 찾아오는 이 하나 없는 산골마을에서 가끔 우리처럼 낯선 이들이 오기만 해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대요. 그저 할아버지한테 말을 걸고, 얘기를 들어준 것밖에 없는데도 말이에요.
우리는 어디를 가든지 사람을 만나면, 이것저것 말을 걸고 얘기를 들으려고 하지요. 시골 사람들은 낯선 사람이라도 이 김명곤 할아버지처럼 무척 살갑게 맞아준답니다. 마을에 얽힌 옛이야기도 해주고, 또는 당신이 살아온 이야기도 들려주시지요. 우리처럼 글감을 찾아다니는 이한테는 어쩌면 너무나 손쉽게 인터뷰(?)가 이루어지기도 해서 더욱 고맙고 즐겁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