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 구멍에 전깃줄을 끼워 가장자리를 옥상 벽에 고정시켰다.
강동주
작년 여름, 마찬가지로 후끈한 집안 열기 때문에 엄마는 이번과 같이 (구멍이 있는) 검은 비닐을 깔았다. 비닐 가장가지를 노끈으로 매달아 공중에 뜨게끔 해서 그늘을 만들었다. 하지만 강렬한 여름 태양은 노끈을 손쉽게 녹여 버렸다. 손만 대도 톡 하고 풀어져 버릴 정도였다. 비바람도 견디지 못했던 비닐은 가라앉고 집은 다시 더워졌다.
엄마는 지난 번 실패를 되새김질하며 이번엔 노끈 대신 안 쓰는 전깃줄을 선택했다. 열기·비바람·눈도 견뎌내는 전깃줄은 훌륭한 재료였다. 미리 매달아 놓은 전깃줄에 걸치니 비닐이 자연스럽게 뜨면서 그늘이 졌다. 걸치는 것으로는 바람을 못 견디니 가장자리를 다시 전깃줄로 고정시켜 튼튼하게 만들었다.
또 비닐 한 겹으로 만들었던 작년 것에 더해 이번에는 두 겹으로 포개어 설치했다. 비닐에 구멍이 뚫려 있다 보니 한 겹일 때는 그늘이 빈약했는데 위에 한 겹이 더 있어서 모자란 부분이 채워졌다.
엄마는 내년엔 세 겹으로 해보겠다고 하신다. 비닐을 두 겹으로 포개는 바람에 집의 반절은 무방비 상태이지만 안방과 거실은 무척 시원해졌다. 그 날 아침, 엄마가 옥상에서 한 일은 올 여름 최고의 대업이다.
우리 집 만능 엄마, 너네는 엄마 없음 못 살지?눈에 띄게 시원해진 우리 집. 단지 선풍기를 틀지 않아도 견딜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부엌에서 설거지를 해도 덥지가 않다. 옥상에서 내려받던 열이 줄어드니 집안 공기가 시원해진 것이다.
엄마 덕분에 집이 시원해졌다고, 엄마는 능력자라고 엄지를 치켜드니 "너네는 엄마 없음 못 살지?"하며 웃어 보이는 엄마. 바깥 날씨가 더울 때마다 "(엄마 덕분에) 집이 제일 시원해"를 입에 달고 사는 나를 보며 엄마는 "이제 그만 하라"며 손사래를 친다.
에어컨이 부럽지 않은 엄마의 수제 에어컨으로 올 여름은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집에 옥상 있는 분들. 에너지 소비량도 줄일 겸 우리 집처럼 이거 한 번 설치해 보는 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