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베르 뻬잉여 정책조정관은 자전거 정책에 관심 많은 프랑스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도와주는 게 즐겁다고 말한다.
김대홍
-한국에서는 고유가 시대를 맞아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화관광부 장관이 자전거 출퇴근을 시도하는가 하면, 대형 승용차를 끌고 출퇴근하는 국회의원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프랑스에서는 지도층이 모범을 보이고 있나?
"프랑스의 시장들은 다 자전거에 미쳤다(웃음). 자전거 정책을 말하지 않는 시장이 없다. 프랑스 파리가 '벨리브'로 성공한 뒤 모두 벨리브보다 나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뛰고 있다.
자전거 정책을 추진하는 데는 정당 차이도 지역 차이도 없다. 자전거에 관심이 많은 시장들을 도와주는 게 참 좋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10년 전에 프랑스 시장들이 한 일은 자동차가 많이 안 다니는 도로에 선을 긋고 '여기가 자전거 도로'라고 표시하는 일이었다."
-프랑스는 자전거 정책을 추진하면서 자동차 속도 감축, 차 없는 거리 확대 등 자동차 이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이용을 제한하지 않고 자전거 정책을 실시한다. 자전거 정책이 지지부진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창밖의 6차선 도로를 보며) 저렇게 길이 넓고 자동차도 많이 안 다니는 곳은 한 차선을 자전거에 양보하면 좋지 않을까? 신도시의 경우 계획단계에서부터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게 좋다. 반대할 사람 없을 것이다. 물론 구도심에선 불편할 수밖에 없다. 길을 넓히기 힘드니, 자전거가 들어간다면 자동차는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이용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자전거 이용자를 위해서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시민 전체를 위해서다. 우선 승용차 이용을 제한하면 보행자가 편리해진다. 승용차가 조심하게 되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줄어든다. 당연히 장애인들도 좀더 편리하게 다닐 수 있다. 보행자를 포함해 모든 교통이용자가 최대한 만족하는 과정에서 승용차가 조금 불편해지는 것이다. 자전거를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 된다. 보행자가 편리한 도시를 만들어라. 그러면 자전거 타기는 자연스레 좋아진다."
-파리에서 자동차 통행 제한조치를 실시했을 때 반발은 없었나?"아유, 심했다. 운전자들 반발이 얼마나 심했는데…. 그들이 수시로 민원을 넣었다. 그 다음엔 기자들이 나서서 운전자들 반발을 기사로 썼다. 거의 매일 비판 기사가 쏟아졌다. 비판 기사 옆에 조그맣게 박스 기사가 들어가곤 했는데, 그 내용은 파리 시민 거주자 70%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와 자동차 통행 제한조치를 찬성한다는 내용이었다.
파리 시장은 정치적으로 소수다.(* 파리는 전통적인 우파 도시인데, 현 파리시장은 사회당 소속 베르트랑 들라노에다. 1871년 파리 코뮌 이후 2001년 들라노에 시장이 당선할 때까지 좌파 시장은 전무했다. 2008년 재선한 들라노에 시장은 2009년 '오토리브'라는 이름의 무인자동차 대여 시스템 도입을 약속했다.)
원칙이 없는 시장이라면 이런 반발에 화들짝 놀라서 슬그머니 없던 일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차분히 내용을 파악하면서 설득할 준비를 했다. 서울도 그렇겠지만, 파리에는 시 바깥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파리 시민이 아니다. 그 곳에 사는 사람과 그곳을 스쳐 지나는 사람 중 더 중요한 것은 시민이다. 시민 대다수가 자신의 정책을 지지한다는 것을 꾸준히 알리자, 상황이 바뀌었다."
"자동차 억제 정책은 시민 모두를 위한 방안"-다른 도시 사례를 말한다면?"프랑스 남부에 마르세유라고 지중해 연안에서 가장 큰 도시가 있다. 오래된 전통 도시인데, 길이 매우 좁았다. 도시가 커지면서 개인 승용차가 계속 늘고 있었다. 시장이 봤을 때, 이대로 놔두면 도시가 끝장나는 상황이었다. 대중교통을 빨리 늘려야 했다.
지하철을 놓는다면 승용차 이용엔 어려움이 없겠지만, 재정상태로 봐서 지하철은 무리였다. 대안은 노면전차 설치. 당연히 승용차는 크게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마르세유 시장은 지금 재정상태로는 노면전차밖에 없다면서 시민에게 뜻을 물었다. 승용차 운전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시장은 대민접촉을 늘렸다.
시장은 '자동차에 도시를 뺏겨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이 정책이 시민 다수에 도움이 되는 정책임을 꾸준히 설득했다. 자동차 제한 정책은 자전거 등 다른 교통이용자를 위한 정책이 아니다. 시민 모두에게 만족을 주기 위해서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전거에 대한 통계나 기본조사가 무척 부실하다. 이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정책을 짜려면 현장 조사를 해야 한다. 만약 어떤 지역에 장애인이 많이 산다면 보행자 특별구역을 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면 그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학부모와 교사가 안전 문제 때문에 반대한다면 안전한 통행로 대책을 만들고, 그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공장이 많은 산업단지 지역이라면, 경영진과 노동자들에게 '승용차 이용을 많이 하면 물류가 느려지기 때문에 여러분들에게 손해'라고 설득할 수 있다. 현장에 따라 정책은 달라진다.
독일 뮌헨엔 '교통컨설팅'이라는 게 있다. 조사원이 시민을 만나서 교통 실태를 조사한다. 출퇴근 시간, 출퇴근 교통수단, 환승방법 등 이야기를 듣고 가장 좋은 출퇴근 방법을 제시한다. 이렇게 조사한 자료는 시에 훌륭한 자료가 된다. 만약 1명 조사하는데 1만원을 들인다면 1만명에 1억원이다. 이 정도 돈이라면 지자체로선 최소 비용으로 엄청난 자료를 얻는 것이다.
뮌헨에선 이런 방법도 썼다. 당장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상세 질문지를 만들어서 정치인과 시민에게 동시에 물었다. 시민 60%가 좋다는 내용에 정치인은 20%만 찬성했다. 그럴 때 시민들에게 수집한 응답 결과를 제시하면 정치인은 반대하기 힘들다."
"서울은 걷기가 너무 불편한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