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밤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최 시국미사에 참석한 신부, 수녀 및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명동앞을 지나 을지로 입구 네거리로 행진하고 있다.
권우성
[최종신 : 1일 밤 10시 30분]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절도... 내일 뵙겠다" 평정심 되찾은 '비폭력 촛불'... 종교인의 출현에 "감사" 지난 주말 '경찰 폭력'에 맞서 가파르게 일렁이던 '촛불'은 이제 평정심을 찾았다. 전쟁터같았던 서울광장에는 '평화의 선율'이 울려퍼지고 있다. 7월 초의 '촛불'은 2달 전과 같이 은은하다.
천주교정의구현 사제단의 비상시국미사 두 번째날, 1만여개의 '촛불'은 김인국 신부의 부탁대로 '살인미소'만 띤 채 구호도 외치지 않고 평화 침묵시위를 마쳤다. 특히 김 신부는 이날 행진의 주제를 '바른생활'로 잡았다. 원칙은 '침묵'과 '평화'였다. 흔히 외치던 "이명박은 물러가라"는 등의 구호도 없었다. 성당에서 머리에 미사포를 한 채 두 손을 모으고 있는 천주교 신자와 같이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밤 9시 30분 시청 앞 광장에는 '헌법 제1조'가 울려 퍼지고 1만여명의 시민들이 일어서 덩실덩실 촛불을 흔들었다. 신부와 수녀들도 일어나 백합꽃을 흔들었다.
김인국 신부가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시작할 때 시작하고, 맺을 때 딱 맺는 국민의 절도"라며 "내일 다시 뵙겠다, 안녕히 돌아가십시오"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자, 1만여명의 시민들이 차례 차례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은 시민들은 트럭에 남아있는 김 신부의 곁에 남아 악수를 청하기도 하고, 천막으로 돌아간 신부들에게 감사인사와 격려를 전하고 있다.
밤 10시도 채 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갔지만 이들은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오는 5일 열릴 '촛불대행진'에도 오기로 약속했다.
김 신부는 "7월 5일 토요일에 그동안 모았던 열기를 털어 넣는 평화대행진이 열린다, 토요일까지 국민들 마음을 안아드리고 다독거리고 두려움에 빠진 분들을 초대하고자 한다면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까지 잘 견뎌야 한다"며 "내일도 이렇게 사람들 감동시키는 아름다운 일들이 벌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렇게 두번째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미사는 다시 한 번 시민들의 도덕적 우위를 자랑했다. 버스가 밀린다며 욕설을 하는 시민에게는 "죄송하다"고 인사를 건넸고 "청와대로 가자"고 외치던 청년에겐 '우리를 폭도로 부르는 이들의 농간에 넘어가지 말자, 토요일이 있다"며 말했다.
서울 강북구에서 온 김승욱(38)씨는 "신부님이 나서서 차분하게 촛불 집회를 재정비하고, 비폭력 기조로 인도해줘서 나 같은 소시민도 마음 편하게 참여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종교인들로 인해 탄압받던 촛불에 큰 전환점이 되는 것 같고, 정권에서 주장하는 '전문시위꾼', '좌파 빨갱이' 등의 얼토당토않은 논리도 어느 정도 무마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종교인들의 이런 모습, 힘이 된다" 종교인들의 출현은 특히 어린 자녀와 함께 촛불을 들고 있는 부모 시민들에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하고 있다. 이날은 고사리 손의 자녀를 데리고 나온 가족 단위의 촛불도 많이 보였다.
인천에서 네 살 난 딸과 함께 온 이기옥(34)씨는 "(신부님들에게) 정말 감사할 따름"이라며 "며칠 전부터 정부의 강경진압 기조가 심해져 아이를 데리고 나오기가 정말 힘들었는데 이렇게 다시 마음 놓고 나올 수 있게 해줘서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이 곳에 나오는 가장 큰 이유가 아이의 장래 때문인데 애가 다치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이 아니냐"라고 말하며 딸의 손을 꼭 잡았다.
열살 난 딸과 함께 촛불을 흔들던 한남동에서 온 정윤숙(40)씨도 "대책회의가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정권의 탄압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종교인들의 이런 모습은 큰 힘이 된다"며 "지난 주말에는 경찰의 과잉진압 때문에 정말 무서웠는데 인터넷을 통해 월요일부터는 종교행사라는 소식을 듣고 폭력적이지 않을 것 같아 딸하고 같이 나왔다"고 말했다.
정씨는 "시위가 과열되고 경찰의 진압이 심해진 순간부터 아이는 놔두고 남편과 둘이 나오곤 했는데 이렇게 다시 분위기가 평화적으로 됨에 따라 딸을 데리고 나올 수 있게 되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7신 : 밤 9시 20분] 침묵시위... 시청 보이자 비로서 "와-" 함성 버스에 탄 시민과 실랑이 벌이기도... "오늘은 그냥 가자" 현재 시민들은 사제단과 함께 롯데백화점을 지나가고 있다. 침묵 행진을 하면서 시민들이 1만여 명으로 불어났다.
시민들은 '침묵 평화' 행진 기조에 맞게 촛불만 든 채 아무런 구호도 외치지 않고 사뿐하게 도로 행진을 했다. 하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버스에 탄 시민들과 언쟁을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버스에 탄 한 시민은 촛불을 든 시민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교통혼잡을 일으킨다"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이를 놓고 촛불 시민들과 잠시 언쟁을 하기도 했지만 많은 시민들이 "오늘은 신부님들이 말씀하신 대로 침묵시위 아니냐"며 "그냥 지나가자"고 다독였다. 또 한 시민은 손가락질을 하는 버스 안의 시민을 향해 거듭 머리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풍문고 앞에서는 청와대로 가기를 원하는 일부 시민과 시청으로 되돌아가자는 시민들이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청와대로 가자는 시민은 "이대로 구호도 없이 시청으로 돌아가면 어제처럼 몇 번 촛불을 흔들고 집으로 다 흩어진다"며 "청와대로 가서 우리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또 대다수의 시민들은 "지금 청와대로 가면 우리를 폭도라고 부르는 이들의 농간에 놀아나게 된다"면서 "문제가 생기면 시청광장을 비워줘야 할 지 모른다"며 '청와대행'을 외치는 시민들을 지나쳐 시청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편 행진 선두는 시청에 도착했다. 시청이 보이자 시민들은 촛불을 흔들며 비로서 높은 함성을 질렀다.
방송차는 돌아다니지 마? 성동경찰서, 방송 설비 차량 억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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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가 달린 차량은 서울 시내를 활보해서는 안 된다? 이런 웃지 못할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다.
최창준 민주노동당 성동지구당 위원장은 1일 밤 9시 20분경 <오마이뉴스>에 전화를 걸어와 "단지 차량에 스피커가 달려 있다는 이유만으로 차가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왕십리 사거리 부근에서 방송차량이 경찰차 2대에 포위당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알려 왔다.
최 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민주노총 서울본부 소속의 노동자들이 방송차량을 타고 한양대 앞을 지나고 있을 때 성동경찰서 경찰들이 나타나 이동을 제지했다는 것. 경찰은 "촛불 집회 때문에 방송 차량은 시내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노동자들과 경찰은 논의를 통해 원래 목적지였던 민주노총 서울본부 사무실까지 경찰 '에스코트'를 받으며 이동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왕십리 사거리 부근에 다다르자 더 이상은 못 간다며 경찰차들이 방송 차량을 막아섰다는 것.
최 위원장은 "방송 차량이라는 이유만으로 막아서서 2시간 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며 "경찰은 특별한 이유를 설명해 주지도 않았다, 법적인 근거도 없이 무작정 막아서는 것은 예전에도 없던 일이다. 이런 불법적인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우습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민주노총 노동자와 시민들이 성동경찰서를 찾아가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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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신 : 1일 저녁 8시 40분] "행진 원칙은 침묵...살인미소만 건네자" 8천여 촛불 '박수'... 신자-시민의 '어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