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쓰레기 봉투에 구호를 적어 머리에 모자처럼 쓰고 있다.
윤성효
"야! 얼마만이야. 이 도로에 서 보는 게. 20년은 젊어진 거 같네."
"부산이 들고 일어나면 역사는 이루어진다 아이가.""이거 야구장보다 더 재미있다 아이가. 안 그렇나?"
31일 밤 부산 서면 태화쥬디스 앞 왕복 8차선 도로 한 가운데 앉은 40대와 30대 대여섯 명이 주고받은 말이다. 김헌철(43)씨는 "감회가 새롭네요. 1987년 6월 이 자리에 서본 뒤로 오늘 딱 21년 만에 서보네요"라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계절의 여왕' 5월 마지막날 부산 서면에서 대규모로 열렸다.
'광우병 위험 부산시국회의'는 31일 오후 6시 부산시청 광장에서 '광우병 쇠고기 반대, 이명박 정부 규탄 집회'를 열고 서면까지 4km 가량 30분 가량 거리행진을 벌였다. 집회가 시작될 때는 1000여 명이었지만 거리 행진을 하는 동안 인파는 더 불어났다.
그리고 저녁 7시 촛불문화제가 시작되자 사람들은 순식간에 늘어났다. 시민들은 태화쥬디스 옆에서 부산은행 부전동지점까지 약 300미터 도로에 꽉 들어찼다. 무려 7000여명이 모인 것이다. 촛불문화제는 밤 9시까지 계속됐다.
태화쥬디스 옆에 트럭으로 무대를 만들고 확성기를 틀어 놓았지만 중간 즈음부터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중간에 확성기를 하나 더 설치해야 했으며, 연단에 오르는 사람들은 마이크를 두 개 잡고 연설했다. 그래도 부산은행 앞에 모인 사람들에게까진 들리지 않았다. 그곳에는 또 하나의 마이크가 동원되어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촛불문화제가 끝난 후 시민들은 밤 9시 20분경부터 범내골 입구 왕복 8차선 도로 가운데 한쪽 방향인 4차선을 점거했다. 조금 뒤 경찰이 태화쥬디스 앞을 막아서자 시민들이 왕복 8차선을 모두 점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6일 새벽 1시경 시민들이 인도로 올라서기까지, 서면광장에서 범내골 입구까지의 도로를 약 4시간 30분 가량 시민들이 차지한 것. 시민들이 이 도로를 점거한 것은 1987년 6월 항쟁과 1991년 강경대 열사 구타치사 사건 이후로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