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리분교 아이들이 방과후 마을회관의 정보화마을에서 프로그램 관리자이자 아이들의 컴퓨터 사용 지도자인 전정현씨(앞줄)의 '감시' 아래 게임을 즐기고 있다.
김당
백두대간, 진부령, 스키마을, 한강 500리 발원지….
이것이 진부령 끝자락에 자리 잡은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의 산촌마을 흘리를 떠올리게 하는 전통적인 '키워드' 들이다. 그러나 또 하나의 키워드를 보탠다면 '정보화마을'이다.
농산어촌에 집중된 '방과후학교'가 도·농간 교육격차를 줄여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한 방안이라면, '정보화마을' 역시 도·농간 정보격차를 줄여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한 방안이다.
흘리 토박이인 전정현(58)씨는 흘리 정보화마을을 선도하고 있다. 공용망인 '흘리 정보화광장'의 프로그램 관리자인 전씨는 지난 99년부터 주민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교육을 해왔다. 그리고 2000년에는 새농촌 우수마을로 선정되었고, 2004년에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정보화마을을 구축했다.
정부는 마을당 평균 2억원 정도를 투자해 전국에 338개 정보화마을을 구축했다. 흘리 정보화마을은 강원도 내 46개 정보화마을 중 하나다. 흘리 정보화마을에는 흘 1·2·3리의 100여 세대 가운데 61세대가 가입해 있다. 정보화마을은 시·도에서 관리하지만 행정안전부 소속이다.
공용 PC 5개가 설치된 마을회관 한쪽에는 '정보화만이 살 길이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흘리는 지금, 스키마을에서 정보화마을로 진화중이다.
그런데 전씨는 도·농간 정보격차 줄이자는 취지로 시작된 이 사업에 대해 갈수록 효율성과 수익성을 따지는 세태에 대해 불만이다. 국회에서도 투자 대비 수익성을 따지면서 "전국 정보화마을이 게임방으로 전락했다"고 질타한다. 특히 효율성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런 흐름이 더 강화되고 있다.
"한창 바쁜 농사철에 관청에서 산나물축제니 피망축제니 하면서 주민들에게 참석을 강권하는 등, 좋은 취지로 시작된 정보화마을이 '체험마을'로 변질되고 있다"고 전씨는 불만을 토로했다.
아이들의 방과후 컴퓨터 사용을 지도하는 역할도 하는 전씨는 "일부에서 '정보화마을이 게임방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하지만, 아이들이 방과후 부모가 없는 집에서 숨어서 불건전한 사이트를 찾는 것보다 마을회관의 정보화광장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 100번 낫다"면서 "이것마저 없으면 아이들이 방과후 어디서 무엇을 할지 상상해보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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