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일 청계천 집회에 등장한 각종 구호들. 이날 집회에는 고등학생들의 모습이 특히 눈에 많이 띄었다.
추광규
- '대통령 탄핵'이라는 조금은 거창한 운동을 제안한 사람이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데 어떻게 그런 서명운동을 시작하게 됐나."인수위 시절부터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지켜봤는데요. 몇 가지 정책이 정말 잘못 되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인수위 시절 '영어몰입교육'이나, '자사고 추진계획' 등에 정말 화가 많이 났습니다.
자립형사립고등학교의 경우 100개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건 헌법상 권리인 교육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해요. 즉, 모든 국민은 똑같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일부 돈 있는 아이들만 귀족 학습을 받게 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부분에 당사자로서 참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실제 실험적으로 운영했던 5개의 자립형사립고는 이미 귀족학교로 전락해 있잖아요.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앞으로도 이런 귀족학교를 100개나 더 만들겠다고 하니….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를 강조하시면서 실제로는 상위계층을 위한 정책만을 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천만명을 목표로 하는 '이명박 탄핵' 서명은 불가능 하다고 하더라도 누군가 시작을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지난 4월 6일 애초에는 2만명을 목표로 시작을 했지만, 곧 서명목표를 일천만명으로 수정해 올해 말까지 서명을 받겠다며 제가 청원방을 만든 것입니다."
- 온라인에서 이명박 대통령 탄핵을 주장한다고 해도 실제 탄핵까지는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은데. "하하! 저도 그런 생각은 하는데요. 중요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서명운동에 동참한 엄청난 사람들의 숫자를 생각해서 다시 한번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까 집에서 나올 때 보니까 서명운동에 동참한 사람이 80만명을 넘어섰던데요. 국민들이 왜 화가 났는지 이 대통령은 짜증 나시겠지만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 '쇠고기 수입개방 반대' 집회에 김상철 학생 또래들이 많이 보이던데 어린 학생들이 왜 현실정치에 관심을 갖는다고 생각하나. "쇠고기 문제는 우리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는 문제이기에 학생들이 심각하게 받아 들이는 것 같아요. 광우병에 감염된 후 잠복 기간이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40년이라는 발표를 봤는데요. 바로 그 점이 학생들을 불안하게 하고 쇠고기 수입에 '뿔'이나 청계천 집회에까지 나오게 만드는 것 같아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한다면 결국 가장 많이 소비하게 되는 층이 학생들이 아닐까 합니다. 학생들은 열악한 주머니 사정으로 비교적 싼 가격의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어요. 다시 말해, 가장 경제적 사정이 열악한 학생들이 미국산 쇠고기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또 학교급식 같은 경우 가장 싼 수입쇠고기가 사용될 게 뻔한데 그렇게 된다면 돈 있는 어른들은 안전한 쇠고기를 먹지만, 우리들은 학교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싫어도 먹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어른들은 살날이 짧은 반면 저희들은 앞으로도 살날이 길잖아요. 그렇다면 우리들이 어른들이 준 미국산 쇠고기를 먹은 후 수십 년 후에 광우병이 발병된다면 그때는 누가 책임지실 것인가요? 이미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시고 그때쯤이면 돌아가셨을 이명박 대통령께서 우리 생명을 다시 살릴 수 있다는 건가요? 그렇다면 미친소를 수입하셔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