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단 입구의 조형물
이규봉
순간의 잘못된 결정으로 낭패를 보다무단을 지나 산마루에서 갈림길이 나섰다. 오른쪽 도로 199甲은 동해안 수하이(旭海)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9번 도로에 있는 소우카로 가는 길이다. 전체지도를 보니 수하이에서 다렌(達仁)으로 가는 해안도로가 공사 중으로 나타났으나 지역지도에는 완성된 듯이 나타나 수하이로 향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곧 우리를 매우 곤란한 지경에 빠지게 했다. 내려가는 길은 환상 그 자체였다. 그 높은 산에서 마을까지 계속 내리막인 것이다. 길을 따라 가니 파출소가 나오고 더 이상 길이 큰 길 같아 보이지 않는다. 물어보니 다렌으로 가는 도로는 아직도 공사 중이라며 자전가로 가기에는 힘들다는 것이다.
엄청 난감하였다. 내려왔던 그 길을 생각하면 다시 올라간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마침 산마루에서 보았던 자전거를 타고 오는 젊은이들을 만나 도움을 요청하였다. 다행히 그들과는 어느 정도 영어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었다. 파출소에 들어가 혼자 있는 순경에게 무어라 말하더니 나와서 주변에 어울려 있는 마을 사람에게 산마루까지 차를 태워줄 사람을 찾는다고 한 것 같다. 그들이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달라기에 그럴 수 없다고 하고 다른 사람을 찾고 있었다. 마치 한 젊은 사람이 나서더니 500위엔에 데려다 준다고 하여 자전거를 트럭에 싣고 그 높은 곳을 올라갈 수 있었다. 차에서 내려 소우카까지 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여러 번 나타났으나 산 능선에서 바라보는 동해안의 경치는 무척 좋았다. 위성항법장치로 확인해 보니 오늘의 표고 차는 400m가 넘었다.
9번 도로와 만나 다렌으로 언덕을 내려가는데 맞바람을 맞아 순간 휘청거리며 넘어졌다. 바람이 몹시 불 때는 속도를 줄여야 했다. 다렌을 지나 다위(大武)에서 타이마리(太麻里)로 갈 때 높은 언덕이 나왔으나 태평양의 아름다운 모습에 힘든 것을 느끼지 못하고 올라간다. 타이마리의 길고 긴 하얀 백사장의 해안선을 끼고 있는 해수욕장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포루투칼 사람들이 타이완을 호모사(Formosa)라는 애칭으로 부른 것이 이해가 된다. 호모사는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