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대만의 친선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깃발
이규봉
2월 9일 타오위안 국제공항에 도착하니 밤은 어두웠고 부슬비가 오고 있었다. 원래 계획은 공항이 서해안에서 매우 가깝기 때문에 공항로비에서 하루 지내고 다음 날 출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행정보를 구하는 도중 우연히 공항에 있는 공항호텔 관계자의 호객행위에 이끌렸다. 타오위안에 있는 호텔에 데려다 주고 다음 날 다시 공항까지 데려다 준다는 말에 두 대의 자전거를 택시 뒷좌석에 실었다.
택시기사는 영어를 할 줄 몰랐다. 기사는 택시비를 호텔에서 받아가고, 다음 날 호텔 차로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것을 보고 한순간이나마 의구심을 품었던 나를 질책하였다. 호텔에서 짐을 풀고 있으니 아주 익숙한 음악이 들려온다. 우리도 한때 길거리에서 많이 들었던 시그날 음악으로 청소차가 왔음을 알려준다.
소박한 현지식 아침을 들고 호텔에서 준비해 준 차로 공항으로 향했다. 마침 운전기사가 영어를 할 줄 알아 공항 근처 15번 국도에 내려달라고 부탁하였다. 원래 약속은 공항까지 데려다 준다는 것이었지만 그는 우리를 공항을 지나 주웨이의 15번 성도(省道) 어느 주유소 앞에 내려주었다. 자전거 정비를 마치고 출발 준비를 끝내니 9시 반이었다.
15번 도로는 매우 한산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로 오른쪽에는 오토바이 같은 그림과 함께 '기차우선(機車優先)'이 쓰여 있고 좁은 줄이 쳐져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스쿠터 전용도로인 것이다. 타이완에는 정말 스쿠터가 많았다. 경제 부흥시기에 정부에서 스쿠터 사용을 장려하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도로가 스쿠터 이용에 편리하게 만들어져 있다.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넓은 도로는 대체로 550cc 이상의 오토바이와 고속으로 달리는 차를 위한 전용도로, 저속으로 달리는 차, 스쿠터를 위한 길이 분리되어 있다. 분리장벽으로 완벽하게 이 두 부분을 분리하고 있다. 도심과 외곽도로 할 것 없이 전국의 거의 모든 도로가 이런식으로 분리돼 있어, 우리는 안전하게 타이완 여행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