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옥갈산동에 사는 서경옥씨는 차대신 자전거를 선택했다. 그는 부평자전거도시만들기 운동본부 운영위원이기도 하다.
김갑봉
매달 셋째 주 토요일 여기저기서 자전거를 탄 이들이 하나 둘씩 부평역 광장에 모이기 시작하는데, 반가운 얼굴이라, 만나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차를 마시며 추위를 잠시 달래 보기도 한다.
부평자전거도시만들기운동본부에서 매달 실시하는 자전거 대행진은 이런 풍경으로 시작해서 세 발 자전거, 두 발 자전거, 캐리어 자전거, 싼 자전거, 비싼 자전거 등 각양각색의 자전거를 타고 역 광장을 출발, 경인고속도로 부평나들목까지 달리다가, 다시 부평공원까지 와서 준비해온 맛난 간식을 먹으며 뒤풀이 하는 것으로 끝난다.
지난해 3월 17일 ‘부평을 자전거 도시로!’를 외치며 첫 자전거 대행진을 시작했으니 벌써 12번째의 대행진을 하게됐다. 어찌 보면 행사 내용이 거창할 것도 없고, 말이 대행진이지 보통 30~40여명의 회원들이 그리 길지 않은 코스를,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자전거를 타는 것이 전부다. 때문에, 보기에 따라서는 시시하고 보잘 것 없는 무리들의 단순한 움직임일 뿐이지만, 이런 평범한 행동들이 적어도 나에게는 세상을, 아니 부평을 보는 시선을 달라지게 만든 큰 계기가 됐다.
다니던 직장이 부천이었던 난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여러 가지 이유로 부평을 뜨고 싶었다.
부평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보냈고, 결혼한 이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부평을 떠나지 않고 살았지만, 부평을 떠나고자 할 때는 한 치의 아쉬움도 없었을 만큼 단호했는데, 어찌어찌 하다 그냥 주저앉게 되면서 만난 것이 부평자전거도시만들기운동본부였다.
지난 12번의 자전거 대행진을 비롯한 실태조사 참여, 자전거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참석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면서 조금씩 달라져 가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도 주로 승용차만 이용할 줄 알았던 내가 자전거를 타면서, 도로 위 강자의 위치에서 약자의 위치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대로는 물론 골목골목을 누비며, 내가 딛고 있는 터전에서 함께 사는 이웃들의 삶을 볼 수 있는 여유로운 시선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부평을 떠나야 할, 떠나고 싶은 지역이 아닌, 보듬고 함께 가야 할, 살고 싶은 동네로 만들어야 할 부평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렇게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정을 조금씩 키워나갈 줄 알게 된 것이다.
오는 3월 22일은 부평자전거도시만들기운동본부가 발족하고 활동을 시작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비록 이제 첫 돌이지만, 그동안의 활동 성과와 파급력, 인지도를 볼 때, 그 어떤 단체보다도 지역 안에서 존재감 있는 단체가 되었다.
단언컨대, 머지않아 부평은 주민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드는 첫 번째 도시가 될 것으로 믿으면서, 우리들의 참여와 노력들이결실 맺는 축제의 한마당을 펼치는 상상을 해본다.
부평대로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완성되면 우린 그 다음엔 뭐하지?
/필자: 서경옥 부평자전거도시만들기운동본부 운영위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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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차질 1년', 부평에 '자전거도시' 밀알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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