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전북 부안군 변산공동체 윤구병 선생이 대안학교 기숙사 공사에 사용할 돌을 나르고 있다. (오른쪽) 16일 밤 변산공동체 손님방에서 오마이뉴스 기자들과 마주앉은 윤구병 선생앞에 막걸리와 함게 삶은 꼬막과 유기농 배추김치가 안주로 올라왔다.
박상규/김혜민
- 1년 365일 중 360일 막걸리 마신다고 들었다. 왜 그렇게 좋아하나. "땀 흘리면서 일하다 보니까, (막걸리를 손으로 가리키며) 이게 들어가야 힘도 나고 일이 잘 된다. 일종의 마취제다(웃음)."
- 오늘처럼 막걸리 마시면서 인터뷰 해본 적은 있나. "내가 누군가와 이야기 나눌 때는 늘 술이 있었다."
- 1년에 막걸리를 몇 병 정도 마시는 것 같나?"헤아릴 수 없다. 하루에 5병 마실 때도 있고, 없을 때는 그냥 참기도 한다."
- 건강은 어떤가."올해 만 65세다. 계속 대학에 있었으면 올해 정년퇴직이다. 과거에 나는 걸어 다니는 병실이었다. 갑상선·당뇨·비염 등을 앓았다. 귀농 이후 평소 먹던 음식의 양을 3분의 1로 줄이고, 씹는 건 5배 늘렸다. 그렇게 하니까 병이 스스로 낫더라. 귀농 13년째인데, 그동안 병원 가본 적이 없다."
잘 웃는 윤구병도 화가 난다 "농사꾼 주제에...?"- 선생은 어린 시절 농사를 지었고, 대학에서는 철학도였다. 또 대학교수를 했고, 다시 농부로 살며 변산공동체를 일궜다. 그동안 어린이책을 여러 권 냈고, 곧 의학책도 나온다. 선생이 삶을 통해 일관되게 추진하는 건 도대체 뭔가. "내가 살아온 세상, 또 지금의 세상이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우린 이런저런 이유로 험한 세상에서 살았다. 우리 뒤에 태어난 사람들이 살아갈 세상은, 우리가 살아온 세상보다 훨씬 좋았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무엇이 좋고 나쁜 세상일까. 간단하다. 있어야 할 것이 있고, 없어야 할 것이 없으면 좋은 세상이다. 반대로 없어야 할 것이 있거나, 있어야 할 것이 없으면 나쁜 세상이다. 그런데 우리 사는 세상에 없을 것이 있고, 있어야 할 것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있어야 할 것이 없으면 만들어야 하고, 없어야 할 것이 있으면 없애야 한다.
나쁜 세상에서 잘 사는 사람들에겐, 나쁜 세상이 좋은 세상이다. 그리고 이들은 없어야 할 것을 없애는 사람을 파괴자라고 부른다. 또 있어야 할 것이 없어서 창조적인 생각을 하고 무엇을 만들어내자고 하면, 기존 제도를 전복하려는 무모한 사람으로 몰아간다. 그리고 경계하고 따돌린다. 반대로 기성 질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을 가장 모범적인 사람으로 여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나쁜 세상은 계속 지속되고,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열망은 꺾이게 된다. 우리는 비겁하고 힘이 약해서 체제 순응적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아이들에게조차 그렇게 살게 해선 안 된다. 이 세상을 좋게 만드는 데 조그마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렇지 못한 시간들이 많아서 마음이 씁쓸하다."
- 선생은 없어야 할 것을 없애기 위해 스스로 삶을 바꿨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따돌림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걸걸하고 웃음이 호탕한 윤구병. 그는 이 질문을 받고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에게도 상처는 많은 듯 했다. "있었다. 당연하다.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있을 것이다. 왜냐면 사실 (지금의 내 삶은) 현 세상에는 위험한 것이다. 기존 질서를 자연스런 것으로 보고 더 이상 나은 질서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이 세상에는 없앨 것이 많다는 생각 자체가 불온한 것일 테니까. 기존 질서에서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나를 나쁘게 보는 건 당연하다."
- 그런 과정에서 상처도 많이 받은 것 같다. "상처도 있었지만… 그건 크지 않다. 가끔 화가 날 때도 있다. 한 예로, 내가 민족의학연구원을 연 건 사람들 건강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농사꾼 주제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며 내가 딴 마음을 먹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내가 사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여러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화가 난다."
"농부 된 게 신기하다고? 당신들의 질문이 거꾸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