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길‘고령,↖↗거뫼’ 라고 쓴 이정표 왼쪽으로 난 길로 내려다보면 이런 좁은 길이 보여요. 여기부터 골짜기로 내려가면서 오지 마을 '작은리'가 나온답니다.
손현희
“작은리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이 아랫길로 내려가면 돼요.”내리막을 한참 따라가니 드디어 마을이 보였어요. 아니, 산 중턱에 집이 서너 채 있는데 마을이라고 하기도 뭣해요. 여기가 바로 작은리인가 보다 했어요. 떠나기에 앞서 수륜면사무소 누리집에서 ‘거뫼’, ‘덕골’, ‘산거리’, ‘모방골’, ‘개티’, ‘배티’…. 이런 마을마다 거의 서너 집에서 열 집 안팎으로 따로 흩어져 있다고 했어요.
아침 9시에 집을 나섰는데, 어느새 오후 1시. 가져 온 컵라면과 김밥을 길가에 앉아서 먹었어요. 다 먹고 나서 ‘작은리’를 샅샅이 둘러봅니다. 집들이 워낙 띄엄띄엄 흩어져 있기도 했지만 이 산골에 들어와서부터 사람을 볼 수가 없네요. 마침 부산 번호표를 단 차 한 대가 마을에서 내려오는데, 아마 명절을 쇠고 가는 듯 보였어요. 차가 내려온 쪽을 따라 갔더니, 아저씨 한 분이 나와 있었어요.
“아저씨 안녕하세요? 작은리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여가 다 작은린데요?”
“아, 그래요? 그럼 여기가 덕골인가요?”
“여는 산거리고 덕골은 조 아래 있습니다. 근데 어디서 왔어요?”
“구미에서 왔어요.”
“네? 구미에서 자전거를 타고 여까지 왔어요?”
“네….”이젠 우리가 가는 곳마다 구미에서 왔다는 얘기를 하면 입을 떡 벌리고 놀라는 모습을 하도 많이 봐서 매우 익숙해졌어요. 아저씨께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인사를 하고 이제 덕골로 갑니다. 버스가 서는 곳인 듯 ‘개티← 덕골 →거뫼’라고 쓴 알림판이 있는데 나름대로 옛 풍경을 느끼기에 너끈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