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봉산 자락에 있는 옥수동. 앞이 한강인 배산임수 지역이다.
김대홍
중학교 중퇴 학력 제비, 농고를 졸업하고 시골에서 상경한 순진한 총각, 결혼을 통한 신분상승을 꿈꾸는 노처녀 경리사원, 이혼녀 카페주인….
1994년 드라마 <서울의 달>에 나온 사람들이다. 제비 홍식(한석규)은 여자친구와 공모해 사기를 치고, 영숙(채시라)은 자존심 강한 척 하지만 결국 별볼 일 없는 제비에게 마음을 뺏긴다. 순진한 처녀 호순(김원희)은 영숙만 바라보는 춘섭(최민식)을 마냥 기다린다.
잘난 것 없고 뭔가 빈 듯한 이 사람들에 시청자들은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때론 뻔뻔스럽고 때론 거짓말도 하고, 때론 사기를 친 뒤 죄책감에 빠지는 드라마 속 인물들은 바로 우리들 모습이었다.
<서울의 달> 무대가 된 곳은 서울 매봉산. 매봉산은 봉화산, 국사봉, 옥녀봉, 남산 등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흔한 산 이름 중 하나다.
2006년부터 2007년까지 1년 동안 산림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이 모두 4400개라고 하니, 우리나라엔 숱한 매봉산이 있을 것이다. 서울에서 매봉산은 성동구 옥수동에 있다.
달동네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촬영지가 됐을 만큼 옥수동은 서울에서 유명한 달동네였다.
김태수가 쓰고 김영수가 연출한 연극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는 옥수동과 압구정동의 처지를 제목에 고스란히 담았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두 동네는 빈과 부의 양 극점을 상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