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 다른 예쁜 숙소. 숙소의 사람들이 자전거 관광객이 왔다고 반가워 하며 끊임 없이 질문을 했다.
김문숙
사진 속 내 모습을 보면, 환상적이고 영화의 한 장면같다. 하지만 내 몸은 아프다. 바람에 맞서 전진하느라 힘을 주어서 어깨도 아프고 얼굴은 따가운 해 땜에 벌겋게 달아 올랐다.
반면 에릭은 신났다. 자연 속에 있는 본인을 발견하곤, 행복해 하며 환호성을 지른다. 나도 자연 속에 있는 것이 좋지만 몸이 따라 주지 않아서 에릭만큼은 만끽하지 못한다. 힘들게 도착한 치키안이라는 곳은 시골이지만 다행히 숙소는 깨끗했고 아주 예쁜 정원이 있었다. 가끔 정말로 기대하지 않는 숙소들이 시골이나 관광지에 있어 놀라고 고맙다. 피곤한 몸을 쉬게 할 수 있고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유감이자 한편 다행인 것은 초장기 6박7일의 여정을 5일만에 마감하고 다시 후아라스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지도를 보고 정했던 경로를 현지인들에게 문의하니 하루 0m에서 1500m의 고산, 그것도 아스팔트도 아니 비포장을 올라야만 했고 중간에 마을도, 그 무엇도 없단다. 텐트랑 다른 장비를 준비하긴 했지만 나의 능력과 한계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투어다. 두 손 두 발 다 들고 포기 하자고, 아니 나의 능력으로 자연에 도전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바람이 심하게 불 경우 헬멧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산에선 신체적으로 무리가 오거나, 바람에 의해 고막이 터질 위험이 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휴지로 귀를 막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조금 보호가 된다. 여행이란, 운동이란 한계를 넘어서면 고통인 것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초장기에 이미 진을 너무 많이 빼서 더 이상 뺄 힘이 없다.
"저 키 큰 남자는 도대체 누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