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호 선생무슬목 지킴이 한창호 선생
조찬현
그는 이어 사진 찍기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저도 어려워요. 오늘도 찍고 싶은걸 못 찍었어요. 비가 올 때는 청색과 약간 붉은색의 톤을 잡아야하는데, 이건 순간입니다. 그 순간을 놓치면 못 찍습니다. 그 다음은 시험 촬영입니다. 날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겁니다."
그는 새로움에 날마다 도전한다며 삼각대를 챙겨 총총히 몽돌해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제 무슬목 바닷가에는 아무도 없다. 파도만이 철썩이며 안개 숲을 오간다. 안개가 지배하는 바다에서 태양을 보기란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었다.
오전 7시, 해 뜰 시간이 지났는데도 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가르릉 가르릉~" 울어대는 몽돌의 외침은 더 커져만 간다. 물살은 몽돌 사이사이로 밀려왔다 밀려가기를 한없이 되풀이하고 있다. 갈매기 서너 마리가 어선 주위를 선회한다.
오전 7시 10분, 갑판위에 어부들의 모습이 또렷하다. 숭어 한 마리가 수면위로 펄쩍 뛰어오른다.
오전 7시 20분, 지평선에서 붉은 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파도는 더 거세게 다가온다.
오전 7시 21분, 안개와 구름이 뒤덮인 무슬목, 해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구름을 걷어내고 환한 미소 지으며 솟아오른다. 눈이 부시다.
오전 7시 24분, 찬란함도 순간 해는 또다시 구름 속으로 숨어든다. 바다는 또다시 고요 속에 잠겼다. 멀리 수평선에 어선 한 척이 지나간다.
몽돌해변에는 갯완두꽃이 듬성듬성 피었다. 빗방울을 머금은 여린 꽃잎이 갯바람에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