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배우, 위기에 봉착하다!

중복 출연과 색깔있는 조연 캐릭터 부재로 시청자들 혼란 가중

등록 2007.08.24 18:26수정 2007.08.24 18:30
0
원고료로 응원
중년 배우들의 중복 출연이 문제가 되고 있다. 대체로 중년 연기자들은 두세 개의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년 여배우들이 심한데, 대체로 김자옥, 박원숙, 고두심, 김창숙, 이효춘, 김해숙, 김혜옥 등. 이들이 중복으로 드라마에 출연하며 젊은 연기자들 못지않은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젊은 연기자들의 비중보다 낮긴 하지만 이들은 극중 어머니 캐릭터를 도맡아 하는 이들이다. 물론 몇몇 연기자들을 제외하고는 왕년의 스타로서 현재까지 오랜 생명력을 자랑하는 내공을 자랑하는 이들이다.

잦은 중복 출연으로 시청자들 혼란

하지만 요즘 들어서 과도한 중복출연으로 시청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김자옥은 현재 3개의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다. KBS 일일드라마 <하늘만큼 땅만큼>에서 이기적인 어머니로, MBC 월화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는 자상한 어머니로, MBC 주말드라마 <깍두기>에서도 깍쟁이 시어머니로 등장한다.

물론 김자옥은 비교적 다양한 배역을 소화해내고 있다. 하지만 젊은 시절을 지나 중년으로 접어들어 자상한 어머니 혹은 속물근성이 다분한 어머니 사이를 오가며 연기활동을 펴오고 있다. 그나마 MBC 수목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당찬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어머니지만 늘 부유한 집안의 어머니로서 헤어스타일, 옷 입는 스타일이 세 개의 드라마에서 비슷비슷하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박원숙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모두 미니시리즈에 출연해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에서 볼 수 있다.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는 경제력이 없지만 착한 어머니로,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에서는 동네 일에 관심이 많은 어머니 역으로 등장한다.

캐릭터는 다르지만 홀어머니로 두 딸을 데리고 살아가는 설정이 비슷하고, 판이하게 다르지 않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사실상 시청자들은 충분히 헷갈릴 수 있다. MBC 주말드라마 <9회말 2아웃>과 KBS 아침드라마 <사랑해도 괜찮아>에 출연하는 김창숙도 줄곧 푼수끼 있는 어머니 혹은 자상한 어머니 사이를 주로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다만 이번에 출연한 드라마에서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고 경제력도 달라 헤어스타일과 옷 입는 스타일이 다르지만 역시나 어머니에 한정된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몇 해 전 한국의 어머니상을 대표하는 연기자로 김해숙이 김혜자와 고두심과는 또 다른 어머니상을 만들며 맹활약을 한 바 있다. 당시 출연한 드라마만 해도 상당수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주춤한 상태로 얼마 전 MBC 주말드라마 <문희>에 출연했지만 큰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그것은 한국의 어머니상을 대표한 이후로 다양한 역할을 맡지 못하고 비슷한 캐릭터를 반복해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색깔 있는 캐릭터의 부재로 중년 여배우 연기 식상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현실이지만 그들 탓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분명 중년 연기자들이 색깔 있는 연기를 보여줄 만한 캐릭터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중년 여성들이 맡은 연기는 주로 극중에서 어머니 역할이다. 파격적인 역할을 맡기엔 그만한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한국의 대표 어머니상을 연기한 연기자들만이 젊은 시청자들에게 각인될 수 있는 유일한 캐릭터다. 하지만 그마저도 비슷비슷한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있어 한국의 대표 어머니 캐릭터도 이젠 식상해진 지 오래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비슷한 캐릭터를 가진 어머니에 한정되어 연기하는 중년 연기자들이 결국 식상하거나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상 우리나라 대부분 드라마가 미니시리즈는 말할 것도 없을뿐더러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조차 중장년층이 시청을 많이 하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젊은 연기자들의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캐릭터에 공을 들이고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고민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젊은 연기자들이 연기하는 주인공 캐릭터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저 결혼을 반대하는 정도의 일들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대부분 중년 연기자들이 연기에 있어 베테랑이지만 자신들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중년 남성들은 극중에서 맡을 수 있는 배역이 그나마 다양하다. 물론 남자 연기자들도 대부분 아버지를 연기하지만 여성이 맡을 수 있는 캐릭터에 비해서는 비교적 많은 편이다. 그 예로 남성드라마 <하얀거탑>을 들 수 있다. 극중에서 의사라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들로 등장, 병원에서의 권력을 다투는 주요 인물들로 포진해 남다른 연기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하얀거탑>은 남성 중심 드라마로 젊은 여성들의 캐릭터조차 살아나지 못한 것을 감안해 본다면 중년 여성들은 그저 의사의 부인으로 등장해 조연에 머물렀을 뿐 이렇다 할 이목을 끄는 캐릭터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중년 여성이 맡을 수 있는 캐릭터가 지극히 한정적이다. 따라서 다양한 캐릭터가 만들어지지 못한다면 분명 우리는 비슷비슷한 연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혹은 중년 여성들이 겹치기 출연을 피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작을 피하고, 개성있는 조연 캐릭터를 뚫어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왕년의 스타로 군림하던 이들이 자연스럽게 어머니로 전환해 연기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 충분히 중년 여성의 캐릭터를 흥미진진하게 그릴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캐릭터를 연기해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가 있다.

그러한 대표주자로 고두심과 김해숙이 있는데 이들 경우 한국 대표 어머니상으로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그간 비슷한 이미지로 매번 출연한 나머지 역시나 다른 중년 여배우들과 다를 게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남은 두 사람이 김혜옥과 나문희이다.

김혜옥의 경우 <전원일기>에 고정 출연했을 당시 다른 중년 연기자들보다 많은 활동을 하지 않았다. 이점이 지금처럼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을 만들어 준 것이다. 그동안 여타 중년 여배우들은 꾸준히 활동을 하면서 신뢰감을 얻었지만 이미지가 너무나 대중화된 나머지 연기 변신이 어렵게 되었고, 그나마 개성있는 조연 캐릭터를 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점에서 김혜옥은 이미지가 대중화되지 않아 연기변신을 쉽게 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그래서 개성있는 조연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고 겹치기 출연을 함에도 늘 다른 연기를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KBS 수목드라마 <경성스캔들>에서 그녀가 연기한 사치코는 조연임에도 주연들처럼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였다. 그리고 현재 KBS 주말드라마 <며느리 전성시대>에서 김을동의 못된 딸로 등장해 또 다른 연기 변신을 꾀했다.

즉, 희소성 가치를 본인 스스로 높인 김혜옥은 그나마 조연 중에서도 개성있는 연기를 펼침으로써 다른 중년 여성들과는 다른 길을 갈 수 있었다. 반면 나문희는 김혜옥과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나문희는 연기파 배우로 정평이 나있지만 다작을 피해 MBC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만 출연해 며느리에 기를 못 피는 시어머니로 등장해 많은 웃음을 선사해 주었다. 물론 영화에 출연해 왕성하게 활동을 했지만 영화의 경우 TV드라마보다는 대중적이지 않아 자신의 희소성을 나름대로 높인 사례로 남을 수 있었다.

사실상 개성있는 조연의 캐릭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이 누구누구의 어머니로 등장하기 마련이니, 나문희처럼 개성있는 조연의 캐릭터를 맡지 못할 바에 다작을 피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중년 여배우들이 당당하게 극에서 흐름을 주도하고자 한다면 스스로 희소성을 높여야 하며, 색깔있는 조연 캐릭터를 만드는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그들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시청자들의 혼란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2기 티뷰기자단' 응모

덧붙이는 글 '2기 티뷰기자단' 응모
#중년연기자 #드라마 #중복출연 #김자옥 #김창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봉 천만원 올려도 일할 사람이 없어요", 산단의 그림자
  2. 2 은퇴 후 돈 걱정 없는 사람, 고작 이 정도입니다
  3. 3 '라면 한 봉지 10원'... 익산이 발칵 뒤집어졌다
  4. 4 구강성교 처벌하던 나라의 대반전
  5. 5 기아타이거즈는 북한군? KBS 유튜브 영상에 '발칵'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