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유린은 공산국가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리뷰] SBS '긴급출동 SOS 24'-폭죽파는 소년

등록 2007.08.23 16:12수정 2007.08.2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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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방송된 ‘폭죽파는 소년’의 이후 모습이 8월 21일 방송됐다. 여느 또래아이의 모습을 하고 밝게 생활하고 있는 소년의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사진은 지난 3월 방송당시의 모습을 캡쳐한 것이다. ⓒ SBS

한 무리의 청소년들이 해수욕장에서 폭죽을 팔고 있는 어린 꼬마를 둘러싸고 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주위에 도움을 요청해 찾은 현장에서 사건의 전말을 들을 수 있었다. 사건인즉, 폭죽을 파는 소년이 남의 돈을 훔쳤다는 것이다.

"왜 훔쳤어요?"라는 제작진의 질문에 소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한마디 내뱉는다.

"방세 내려고 훔쳤어요."
"방세를 왜 네가 내? 삼촌이 내야지?"
"아니에요. 내가 내야 돼요. 삼촌이 내면 어차피 내가 다시 삼촌한테 그 돈을 줘야 돼요."

기가 막혔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 삼촌은 해수욕장 근처 편의점에서 추위를 피하며 잠을 자고 있고, 어린 12살 소년은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나무판자를 모아 불을 피우며 해수욕장에 놀러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폭죽을 팔고 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제작진이 삼촌이라는 사람에게 "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다그치자 귀찮은 듯 말을 돌린다.

인권유린은 우리나라에서도 자행되고 있다

시간은 흘러가고 새벽 5시 30분쯤이 되자 삼촌이라는 사람이 소년을 끌고 집으로 돌아간다.

다음날, 제작진이 집을 찾았으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삼촌이라는 사람은 소년이 차린 초라한 밥상을 받고, 심지어 지금 나가야 한다며 추운 겨울임에도 소년에게 빨래를 시킨다. 그야말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명백한 아동학대이며, 인권유린의 현장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는 속으로 '군대에서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에 대해서 병사들에게 교육한 바 있는데 그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인권유린은 공산국가에만 있는 게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해봤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건 나중에 경찰조사 결과 소년과 함께 생활하던 그 삼촌이라는 사람은 진짜 삼촌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철저하게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으면서도 1년여 해수욕장에서 폭죽을 팔며 삼촌이라는 사람 곁을 떠나지 못하는 12살 폭죽소년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이 소년에게는 아버지가 있었는데 매일마다 술만 먹고 집에 들어오면 소년에게 무작정 폭행을 가했다는 것이다. 이런 아버지의 폭행을 참다못해 소년은 가출을 했고, 해수욕장에서 폭죽을 팔던 삼촌이라는 사람을 만나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 삼촌이라는 사람도 폭죽을 팔게 하고 집안 살림살이를 소년에게 다 맡기다시피 하고 있지만 소년은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그 일을 다 하고 있다. 왜일까?

불평불만을 터뜨리면 다시 아버지에게 보낼까 봐 소년은 아무런 불만 없이 삼촌이 시키는 대로 다 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제작진은 이 상황에 대한 대책회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고 이 폭죽소년을 어린이 보호센터로 보낸다. 한번도 자기 것을 가져보지 못했던 소년은 이곳에서 자기 물품도 생기게 되고 자기가 해보고 싶었던 것도 해보는 등 그동안 누려보지 못했던 진정한 행복을 누리게 된다.

그 후 제작팀은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폭죽소년을 찾게 된다. 다시 찾은 소년은 다른 또래의 아이들과 어울려 축구를 하고 있다. 밝은 얼굴로 제작진을 맞이한 소년은 모자이크 처리를 해서 자세하게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분명 과거와는 다른 행복한 모습이었으리라!

같이 축구를 즐기던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소년의 모습이 어느 정도 상상이 간다.

"○○요? 축구도 잘하고 얼굴도 잘생겼어요. 인기 짱이에요."

이렇게 12살 소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말투를 쓰던 소년은 어느덧 또래 아이들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후 소년은 그토록 만나지 않겠다던 아버지와 다시 만나게 되고 두 부자는 과거와는 다르게 서로 힘이 되어주면서 살아가자는 다짐과 함께 행복해 한다.

인권유린 현장에는 항상 약자가 있다

비록 방송 리뷰를 통해 '폭죽소년'에 대해서만 언급했지만 우리나라 곳곳에서는 아직도 아동착취, 노동력 착취 등 인권을 유린당하며 살아가고 있는 불쌍한 이웃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항상 인권유린의 현장에는 약자가 있었다. 특히, 어린이, 장애인, 노약자 등이 바로 그 대상일 것이다. '폭죽소년' 앞에 방송된 '어깨동무 형제'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항상 형제가 어깨동무를 하고 다닌다고 해서 붙여진 '어깨동무 형제'.

대물림 되어버린 폭력! 과연 그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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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1일 방송된 '어깨동무 형제'의 한 장면 ⓒ SBS

밖을 다닐 때면 언제나 어깨동무를 하고 다니고 언제 어느 때고 떨어져 다니는 법이 없었던 형제의 애착은 도가 지나칠 정도였다.

심지어 밥을 먹을 때조차 형이 밥을 한 숟가락 떠먹으면 동생이 한 숟가락 떠먹고 형이 물을 한 모금 마시면 동생이 물을 한 모금 이어서 마셨다. 게다가 형제를 잠시라도 떨어뜨려 놓으면 안절부절 못하면서 결국 서로 옆에 두어야 안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이 이 형제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아버지의 폭력이 그렇게 만든 것일까? 아마도 아버지의 폭력을 보아온 아이들이 그것을 보고 배워 16살이라는 형도 아버지에게 대들고 동생을 아무 이유 없이 폭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빠가 싫어요. 아빠랑 같이 얼굴 보고 있는 것도 싫어요!"
"이 ××놈이! 너 도둑질 왜 했어?"
"배고파서…. 배고파서 했어요. 아빠가 이렇게 만들었어요"
"그래두 이 ××놈이! 뭘 잘했다고"
"우릴 왜 낳았어요? 왜 우릴 여기있게 만들었냐구요?"

이제 16살 소년도 마지막까지 온 듯 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도대체 아빠라는 사람이 어떻게 했기에 얘가 저렇게 됐지'하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16살 소년에게 있었다. 아니 아빠와 소년 모두에게 문제가 있었다.

아버지로부터 폭행당하면서 그 폭력성을 대물림받았는지 16살 소년은 이유 없이 동생을 때리고, 거짓말 시키고 있고, 아빠라는 사람은 "서로 잠시 떨어져 있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정신병원의사와 사회복지사의 권유에도 "이걸 해결책이라고 가져왔어요? 아직 어려서 그러니까 좀 더 크면 괜찮아질 거예요. 그냥 놔둬요"라며 마치 남의 일인 양 대답하고 있다.

결국 전문가들의 권유대로 형제는 복지시설에 들어가게 되고 아버지와 떨어져 살면서 점점 마음의 안정을 찾아간다.

한 네티즌(ID misoand)은 '긴급출동 SOS 24' 홈페이지 시청자 의견란을 통해 "어깨동무 형제라는 제목에서는 아버지와의 갈등으로만 느껴왔는데, 방송을 보는 내내 작은 아이 때문에 가슴이 메어 왔습니다. 어린아이가 물론 형도 아버지에 대한 피해자로 동생과 같은 입장으로 커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맘이 아프기도 했지만 동생이 그 좁은 골방에서 형에 구타에 잠깐 몸 돌릴 여유도 없는 공간에서 무자비하게 맞는다는 게 어찌나 가슴이 아파 오던지요~ 밤새 잠 못 이루었고 다음날 아니 지금도 어린 동생이 이불 뒤집어쓰고 형한테 협박 당하던 걸 생각하면 가슴이 미여 옵니다. 공간이라도 넓어서 잠깐 이리저리 피할 수라도 있었다면 덜 했을 텐데…. 아무튼 지금이라도 이런 문제가 알려줘서 조금이나마 둘의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돼서 정말 제목처럼 늘 어깨동무 하고 의지하는 형제가 되길 빌어봅니다. 그리고 SBS 관계자 여러분께 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라고 시청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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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SBS에서 방송되는 '긴급출동 SOS 24' ⓒ SBS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아버지와의 관계는 또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지 방송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인권유린 현장에 출동해서 그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긴급출동 SOS 24' 프로그램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려주기에 충분한 프로그램임에는 틀림없다.

덧붙이는 글 | 2기 티뷰기자단 응모

덧붙이는 글 2기 티뷰기자단 응모
#폭죽파는 소년 #긴급출동SO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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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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