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31일 저녁 주한 미 대사관 앞에서 아프간 피랍 사태 해결을 위한 미국의 행동을 촉구하며 펼쳐놓은 피켓 위에 희생자 배형규 심성민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촛불을 올려놓았다.오마이뉴스 남소연
<한겨레>는 탈레반이 요구하고 있는 수감자 석방이 미국의 동의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서 미국측의 성의 있는 태도를 촉구했다. "테러 세력과는 타협해서는 안 된다는 일반적인 국제원칙을 모르지 않으나, 우리로서는 21명의 무고한 생명을 안전하게 구하는 것이 일반적 국제원칙 보다 우선한다"는 점에서 "미국은 한국 정부가 국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에 협력해 온 점을 고려해 이번 인질 사태 해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을 주문했다.
<경향신문>은 어제의 청와대 대변인 성명이 "자칫 미국을 궁지로 몰아넣음으로써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고, 협상 주체인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미국이 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라는 점에서 마지막 카드를 뽑아든 한국 정부의 입장을 존중해 인도적 고려를 해 주길 당부"했다.
<한국일보> 역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는 미국이 과연 어떤 도움이 되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테러와의 전쟁을 돕고 있는 한국에 대해 미국이 인질 구출을 위한 실질적인 협력을 외면한다는 것은 동맹국의 도리가 아니"라고 질타했다.
<세계일보>는 수감자 석방을 요구하는 탈레반의 요구에 대해 우리 정부가 '한국이 감당 못할 요구'라는 표현을 쓴 것과 관련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아프간을 돕기 위해 파병까지 한 한국의 목소리가 무시되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중앙일보> 또한 "미국도 협상에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고, <조선일보> 역시 '국제사회의 유연한 입장'을 촉구했다.
거의 모든 신문들이 한결같이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적극적 대처를 주문했다. 국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프간에 파병한 한국 정부의 처지나 테러와의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동맹국의 입장'을 고려하더라도 그렇거니와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유연한 대응을 촉구했다. 탈레반 수감자와 인질 맞교환 요구를 적극 수용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또 한국 정부는 과연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미국의 '선처'를 호소하는 수밖에 달리 길이 없는 것일까?
아프간 정부, 치안책임 피할 수 없을 것
먼저 아프가니스탄 정부부터 따져보자. 인질 사태의 직접적인 책임은 누가 뭐라 해도 아프가니스탄 국내 치안을 책임져야 할 아프가니스탄 정부에게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현지 사정이 위험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위험한 지역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은 안전 확보를 위해 스스로 조심하고 주의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치안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은 자국민은 물론이고 정당한 절차를 밟아 입국한 외국인의 안전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이런 그들이 자신들의 무능과 부패로 민심을 잃고, 탈레반의 활동 영역을 넓혀줘 결과적으로 명색이 '고속도로'라는 곳에서 집단 인질 사태를 빚은 데 대해서 그들은 할 말이 없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비록 종교는 다르지만, 전쟁의 참화와 빈곤으로 고통 받고 있는 현지 주민들을 위한 '의료 봉사'라는 '선의의 목적'을 갖고 입국한 한국인들이라는 점에서 그 책임은 더더욱 무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 책임이 한국인 인질들에게 있는 것처럼 떠넘기면서 탈레반의 인질 석방 요구에 불응하고 그나마 생존해 있는 인질 모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군사작전 가능성을 비치고 있는 것은 한 나라를 운영하고 책임지고 있는 '합법 정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석방에 성의 보이지 않는 아프간 정부